기간제 근로

근로계약기간을 1년 11개월 며칠로 정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②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개인적인 경험과는 조금 어긋나는 것 같지만, 자료에 의하면 기간제법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한정된 범위에서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고용 보호 법제가 도입되기는 했지만, 그 효과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5년 정점을 찍은 기간제 근로계약의 규모가 갱신 기대권 법리의 도입과 기간제법의 시행과 맞물려 14~15%대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일부 조사에서 대기업의 경우에 정규직 전환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기간제법 시행 이전보다 정규직 전환율이 높아졌고 노동법적 보호를 받는 비율 역시 늘었다(김준, 2011: 19~20).

— 노동법의 회생, 도재형, 107쪽 —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 사용자가 사업을 영위하려면 A라는 업무가 필요하다. 사용자는 이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갑 근로자를 기간제로 고용하였다. 2년 이상 고용할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 되어 해고가 곤란해지므로, 1년 11개월의 기간을 정해 고용하였다. 갑 근로자의 계약기간이 종료되자, 사용자는 을 근로자를 고용한다. 마찬가지로 계약기간은 1년 11개월로 정했다. 그 사이에 업무의 공백은 없고, 업무도 여전히 동일하다. 을 근로자와의 계약기간이 종료되자, 사용자는 병 근로자를 같은 조건으로 고용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에게는 어떠한 페널티도 없다. 해고를 고민하며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다. 계약이 종료되었다는 말로 내보내면 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근로자와 지속적으로 고용계약을 맺도록 만들 만한 별다른 유인책이나 인센티브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근로자들은 짧게 일하고 상당 시간을 들여 다시 구직하며 그 곳에서 또 짧게 일한다. 당연히 전문성을 키울 여지도 없다. 사용자가 바뀌니 업무 역시 매번 바뀐다. 적응될 만하면 그만 둬야 하고 또 다른 일을 찾다가 나이만 먹는다. 한국에서는 비정규직이 징검다리보다는 함정에 가깝다.

비정규 일자리가 노동시장에서 정규직 일자리로 옮기는 징검다리로 기능하는지 혹은 저임금 일자리로 머무르게 하는 함정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실증적 자료에 의하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이행 확률은 낮고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 노동법의 회생, 도재형, 113쪽 —

이런 상황이라면, 근로자 입장에서 어떤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은 약 2년 단위의 단절적인 사건으로 매번 일정한 손해를 보는 일이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르다. 업무 자체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형평의 차원에서라도 사용자에게 어떤 페널티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무거울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업무에는 실질적인 변경이 없었음에도 왜 기존 근로자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다른 근로자를 새로 고용해야 하는지를 소명하도록 하는 귀찮은 일을 더해주면 좋으리라 생각했다. 찾아보니 이미 비슷한 주장이 있다.

예컨대 전윤구 교수는 현행 기간제법과 같이 2년 이내의 근로계약 기간 설정은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인정하되, 2년 만료를 앞둔 사용자가 그 갱신을 거절하고 새로운 근로자를 채용하고자 할 때 정당한 사용 사유를 요구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전윤구, 2008: 358).

— 노동법의 회생, 도재형, 114쪽 —

한편 이한 변호사는 [중간착취자의 나라]에서 기간제 근로자는 기존 근로자 임금의 1.3배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용자가 그만큼의 이익을 부당하게 챙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방법이 되었든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비슷한 이야기로, 퇴직금 주기 싫어 11개월짜리 단기 근로자만 쓰는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면 위법은 아니더라도 탈법이 아닌가. 하지만 근로조건 등에서 그나마 모범을 보여야 할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하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김준,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규정의 입법영향분석”, [현안보고서] 제137호, 국회입법조사처, 2011.
전윤구, “비정규직 관계법의 입법적 개선 방향”, [노동법학] 제28호, 한국노동법학회,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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