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사를 보았다.
“연예인 등 공적 관심을 받는 인물에 대한 모욕죄를 살필 때 비연예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무죄를 선고한 2심).
출처 : http://news.joins.com/article/22155484
판결문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공적 관심을 받는 인물”이라고 하였으니 기존의 “공인”이나 “공적인 인물”과 같은 의미이거나 비슷한 의미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여기서 공인이나 공적인 인물이나 공적 관심을 받는 인물이란 대체 무엇인가. 실은 분명하게 정리된 것 같지는 않다. 일단 공인이란 보통 고위 공무원을 의미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공적인 인물은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인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의미했던 것 같다. 여기서도 비슷하게 사용하려 한다.
법원은 특히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들에 있어서는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여 위법성을 완화해왔기 때문에, 누구를 공인으로 볼 것인가는 문제가 된다. 대통령은 공인인가? 공인일 것이다. 국회의원은 공인인가? 공인일 것이다. 연예인은 공인인가? 전통적인 의미에서라면 아니다. 그렇다면 공적인 인물인가? 보통 그렇게 보는 것 같다. 왜인지 모르겠다. 연예인을 투표로 뽑기라도 했다는 말일까?
공인에 대한 비판은 넓게 인정되어야 한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공인이 된 자의 명예(인격권)와 법익형량 대상이 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이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적인 인물의 경우 이야기가 약간은 달라질 수도 있겠다 생각하지만(현재 ‘공적인 인물’은 기업 총수부터 연예인까지 꽤 폭넓게 인정되고 있지만 이렇게 폭을 넓히는 이유를 분명하게 설시하지 않는 이상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표현의 자유를 굳이 민주주의와 떼어 놓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연예인이 뭔가 정치적이나 공적인 발언을 했을 때, 그것에 대한 비판이나 욕설이라면 또 모르겠다. 이때에는 사회적 영향력(이게 뭔지 잘 모르겠고 단순히 영향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만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을 감안하여 공인에 준해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연예인이 자기 본업에 충실했을 뿐인데도 모욕을 받았다면? 이때에도 그저 연예인이기 때문에 공인인가? 이때 연예인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은 어떤 공익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것일까? 모든 표현은 동일하게 보호받아야 하는가? 어떤 표현은 다른 표현이 공론장에 들어오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모욕죄가 전 세계적으로도 없어지고 있는 추세라거나 단순히 욕설을 했다고 하여 국가가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하게 제한한다거나 하는 논의는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니니까 빼도록 하고. 내가 문제 삼는 건 그저 형평의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이 사건의 경우 연예인이 “비연예인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 받지 않을 명확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욕과 명예훼손이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어떤 사실이 주제가 된다. 그것은 진실이든 허위든 간에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가 되거나 국민의 알권리와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공인 법리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나는 순수한 모욕적인 발언 그 자체가 공중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거나 알권리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문제가 되었다는 부분을 기사에서 확인한 바로는, 내가 판단하기엔 분명한 멸칭이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이씨가 댓글을 단 때인 2015년 초에 00는 한 남성 연예인과 영국의 고급 호텔에 들어가는 사진이 몰래 찍혀 곤욕을 치렀다.”
대법원의 판단은 어떨지 지켜 보려고 한다.
♦ 대법원은 2022년, 위와 같은 문제적 표현이 “모욕”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관련하여 아래 링크 글에 간략하게 메모 해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