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스러운 기사를 보았다.
ㄱ 기자> 왜 직장인 사이에서 ‘퇴사=30일 전 통보’가 정설처럼 되어 있죠?
ㅇㅌㅇ 노무사> 근로기준법 제26조의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포함한다)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한다’라는 조항과 민법 조항 등이 뒤섞이면서 일종의 도시전설처럼 굳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ㄱ 기자>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퇴사 통보를 언제 할지 고민하는 글들을 살펴보면 댓글에 ‘30일 전 통보’의 근거로 민법 조항을 끌고 오는 누리꾼도 많던데요.
ㅇㅌㅇ 노무사> 민법 제660조 ‘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통고’ 2항의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는 부분 때문에 많이들 오해하는데요. 이건 사실 사표 수리를 차일피일 미루는 사용자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생긴 항목이거든요. 사표를 냈는데 몇 달씩 수리를 안 해주면 곤란해지잖아요. 1항에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라고 쓰여 있는 것만 봐도 이 법이 근로자를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죠.
물론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했을 때 그 효력이 언제 발생할 것인지에 대하여 정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사실상’ 문제가 없는 것과 문제가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함에 있어 이런 정제되지 않은 표현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기사를 송고하기 전에 작성자들이 충분히 검토 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그 다음 날부터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될까? 그렇다. 된다. 우리는 물건을 사면서 돈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집을 빌려주면서 보증금만 받아 챙기고 정작 집 문은 열어주지 않을 수 있다. 모두 다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를 뿐이다. 다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그 다음 날부터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될까? 된다. 문제가 없을까? 당연히 있다. 근로계약도 계약이고, 계약을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계약의 체결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나, 아무 문제없이 계약을 종료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기간이 정해진 근로계약을 살펴본다. 물론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달리 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것은 가상의 사례가 될 수밖에 없다. 별다른 특약이 없다고 했을 때, 기간이 정해진 근로계약은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종료된다. 다음으로, 근로자는 민법 제659조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제659조(3년 이상의 경과와 해지통고권)
① 고용의 약정기간이 3년을 넘거나 당사자의 일방 또는 제삼자의 종신까지로 된 때에는 각 당사자는 3년을 경과한 후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3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출처 : 민법 일부개정 2016. 12. 20. [법률 제14409호, 시행 2016. 12. 20.] 법무부 > 종합법률정보 법령)
3년이다. 3년이 경과한 후에야 근로자는 계약해지의 통고를 별 문제없이 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용자가 해지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3월이 경과해야 효력이 생긴다. 해지 통고 후 3월이 지나야 “문제없이”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본다. 이것은 민법 제660조에 따라 해지할 수 있다.
제660조(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통고)
①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③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당기후의 일기를 경과함으로써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출처 : 민법 일부개정 2016. 12. 20. [법률 제14409호, 시행 2016. 12. 20.] 법무부 > 종합법률정보 법령)
근로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해지의 통고를 받은 후 1월이 경과해야 그 효력이 생긴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고 있었을 경우, 대체로 1월보다 더 긴 시간이 경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 근무하고, 그 다음 달 10일에 월급을 받고 있던 근로자가 4월 15일에 사용자에게 해지 통고를 했을 때에는 그 다음 당기인 5월 1일부터 5월 31일이 경과한 다음 날인 6월 1일이 되어야 근로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보게 된다.
물론, 위와 같은 논의는 모두 이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실제로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달리 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것이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이상 유효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있든 기간의 정함이 없든 언제든지 사용자에게 근로의 제공을 그만 두겠다는 의사를 밝힐 수 있다. 사용자가 이에 동의하면 계약은 합의해지가 되는 것이니 이 경우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실제로 근로자가 마음대로 퇴사했을 때, 순전히 그 근로자의 퇴사 때문에 발생한 손해를 어떻게 산정하겠는가?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뚜렷한 뭔가가 있지 않은 이상에야 회사가 문제 삼지 않는 것일 뿐이다. 이것은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현실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정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