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 과잉방위에 관한 의문

얼마 전 읽은 기사를 읽고 몇 가지 의문점을 풀어본다.

형법상 정당방위에 관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1항은 정당방위, 2항과 3항은 과잉방위에 관한 것이다.

제21조(정당방위) ①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③전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한편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는 특별규정도 있다.

제8조(정당방위 등) ①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이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 등으로 사람에게 위해(危害)를 가하거나 가하려 할 때 이를 예방하거나 방위(防衛)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제1항의 경우에 방위 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한다.
③ 제2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경악·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행위인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전문개정 2014.12.30.]

먼저 정당방위의 “사회윤리적 제한”이라는 것에 관한 의문이 있다. 사회윤리적 제한에 관한 논의를 대강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아, 정신병자, 명정자 등 책임무능력자의 공격에 대한 정당방위, 극히 경미한 법익침해에 대한 정당방위, 부부-친족 등 긴밀한 인적 관계에 있는 자의 침해에 대한 정당방위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추후 교과서에서 정확하게 인용할 예정)

이게 무슨 뜻인가. 어떤 행위를 정당방위로 볼 것인지에 관해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통과해야 할 문이 있는데, 그 문턱을 넘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형법에 “사회윤리적 제한”에 대한 명문의 근거는 없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사회윤리적 제한이라는 것은 필요 없거나 기껏해야 정당방위 성립요건 중 “상당성”을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뿐이라 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사회윤리적 제한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사회윤리적 제한 중 “긴밀한 인적 관계”에 관한 논의에는 아래와 같은 것이 있다. 아래 논의는 기존 학설들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임에도, “사회윤리적 제한”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는다.

“요컨대, 부부간에는 정당방위가 제한된다는 일반론정상적인 부부관계에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만 타당하며, 가정폭력의 피해여성의 반격 행위를 제한하는 논변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부부간의 보호와 배려 의무는 상호적-조건적인 것이지, 여성에게만 일방적으로 요구되는 무조건적인 의무일 수는 없다.”
[조국, 형사법의 성편향(2판), 186~187쪽]

부부는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그것이 일방의 폭행을 견디라는 이야기가 될 수 있는가? 부부는 일방의 폭행을 견뎌야 할 의무가 없다. 상대방의 위법한 행위까지 인내해야 할 보증인적 지위라는 것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가? 혼인 관계라는 것은 언제든지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정상적인 부부관계”는 대체 무엇인가? 알 수가 없다. “부부간에는 정당방위가 제한된다는 일반론”조차도 필요 없다고 본다.

이론을 넘어 판례를 살펴보면, “사회윤리적 제한”이라는 말을 명시적으로 쓰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비슷한 식의 문턱을 설정해두려는 경향이 있다.

피고인이 이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먼저 폭행ㆍ협박을 당하다가 이를 피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폭행ㆍ협박의 정도에 비추어 피고인이 칼로 피해자를 찔러 즉사하게 한 행위는 피해자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 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이러한 방위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것 이므로,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거나,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대법원 2001. 5. 15., 선고, 2001도1089, 판결]

이유를 다소 불분명하게 설시하고 있는데, 결론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것”이므로 정당방위도, 과잉방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면, “상당성”이 문제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과잉방위에 관한 판단을 거치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피고인 등의 행위는 피해자 일행의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같은 싸움의 경우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 당원 1958.5.16. 선고 4291형상61 판결; 1960.9.21. 선고 4293형상411 판결; 1966.11.22. 선고 66도1150 판결; 1971.4.30. 선고 71도527 판결 ; 1984.5.22. 선고 83도3020 판결 ; 1986.12.23. 선고 86도1491 판결  등 참조). [대법원 1993. 8. 24., 선고, 92도1329, 판결]

“공격행위”를 문제 삼기도 한다. 공격행위의 경우 방어행위가 아니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당방위가 문제 되는 상황에서, 공격행위가 아닌 방어행위가 있을 수 있는가? ‘정당방위’라는 것은, 어떤 공격행위의 위법성 유무를 평가한 후의 결과에 관한 것이 아닌가. 이것도 하나의 문턱이다. 구체적으로 정당방위 성립요건을 따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어떤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침해의 현재성’, ‘상당성’ 등의 성립요건에 관한 구체적인 논증,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행위는 이러한 논증조차도 거칠 필요 없이 정당방위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 사회윤리적 제한이다. 지나치다. 이는 “과잉방위”에 있어서도 큰 문제가 된다. 사회윤리적 제한의 문턱을 넘지 못한 행위는 정당방위는 물론 과잉방위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이런 식의 문턱을 설정해두기 때문에, “과잉방위”가 인정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심지어 제대로 논증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과잉방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넘어가고 만다. 이런 현 상황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서류 내용에 관한 심사를 받기 위해 서류를 제출했는데, 서류 봉투만 보고 파쇄기에 넣어버리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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