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위한 재판

모 의원이 소년법 및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생각난 김에 의안정보시스템에 들어가보니 소년법과 관련된 개정안이 꽤 많이 발의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체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인데, 과연 적절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소년의 가장 큰 특성이라고 한다면 한창 성장 중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에 복귀할 것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교화-교육에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러나 단순히 교도소에 가둬두는 것은 교육이 아닙니다(다른 범죄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될지 모르겠습니다). 적절한 사회화에 실패하여 오히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마침 소년부 판사로 재직 중인 저자가 쓴 책이 있어 몇 부분 소개를 해보려고 합니다.

19쪽
정확한 통계수치는 없지만, 한 달에 100건 남짓하는 사건을 처리하면서 체감상 100건 중 70건 이상의 소년보호사건 주인공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결손가정에서 성장하고 있는 소년들인 것 같다. (…) 그렇다고 해서 혹시 말을 바꿔 ‘부모의 이혼을 겪거나 일찍 부모를 잃거나 해서 결손가정에서 자라게 되면 소년들은 사고를 치게 된다’고 단순하게 이해하면 정말 곤란하다. 단지 비행을 저지른 소년들의 성장력을 살펴보았더니 가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고, 여기에 더하여 소년들이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지 못하는 또 다른 사정이 있었고, 소년이 결국 견디다 못해 가출하여 불량한 친구를 사귀게 되는 등의 추가적인 사정까지 더해져야 비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러한 불행의 시작은 가정의 어려움에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고, 태어난 지 불과 10여 년 남짓하여 두뇌와 인성이 한창 성장하고 있는 소년들에게 이러한 가정의 어려움을 그냥 견뎌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가혹하다는 것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결손가정에서 자랐다고 해서 반드시 범죄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결손가정의 소년에게 경제적-심리적 충격 등이 가해졌을 때,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을 것임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년의 미성숙은 당연합니다. 성인에게 형벌이 내려질 수 있는 이유는 합법을 결의하고 행동할 책임(능력)이 있음에도 그것을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보호처분의 실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조금 길게 인용해두겠습니다.

31~32쪽
첫 번째는 소년들의 입장에서 보호처분이 형사처벌보다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호처분에는 교육이나 봉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6개월 내지 2년 동안 시설에 위탁되거나 소년원에 보내짐으로써 자유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점을 보면 소년들에게 보호처분은 오히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같은 형사처벌보다 더 무겁고 부담스러운 것일 수 있다. (…) 소년들이 흔히 저지르는 절도, 폭행을 성인범죄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면 아마도 많은 소년들이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를 받고 그냥 풀려날 것이다. 성인들이야 집행유예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그 무거움을 실감할 수 있지만 별생각 없는 소년들은 잘못을 해도 그저 사회로 다시 돌아간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기만 한다.

32~33쪽
만약 소년이 풀세트로 보호처분을 받게 되면, 보호자를 대신하는 위탁보호위원의 감호에 위탁되어 6개월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나서 생활을 보고해야 하고(1호 처분), 법원에서 정한 수강기관에 가서 40시간 정도의 상담 또는 교육을 받아야 하므로 일주일에 2시간씩 20번 정도 수강기관에 출석해야 하며(2호 처분), 보호관찰소에서 정하는 단체에 가서 40시간 정도의 사회봉사를 해야 하므로 9시간씩 4~5회 정도 봉사를 해야 하고(3호 처분), 2년간 보호관찰관의 감독을 받으므로 2년 동안 주기적으로 보호관찰소에 출석하여 면담을 해야 한다(5호 처분). (…) 더군다나 통상적으로 보호관찰처분에 부가되는 야간외출제한명령이 있으면 2~6개월간은 야간에 집에 있는 걸 확인받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야간전화를 받아야 하는 고통이 따르기도 한다. (…) 눈치 빠른 변호사들은 소년부로 송치하지 말고 집행유예 판결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집행유예 판결이 소년부로 송치되어 보호처분을 받는 것보다 편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소년들의 비행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특수합니다. 따라서 사회의 대응도 특수해야 합니다.

36쪽
실무 경험상 소년비행의 가장 큰 특징은 ‘충동적’이라는 점과 ‘반복한다’는 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소년들에게 일회적인 형사처벌이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

37쪽
‘충동적인’ 소년들의 비행 ‘반복’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깨달을 수 있는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형사처벌은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다. 형사처벌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의미를 깨닫고 교도소에서 갇혀 지내는 게 자신의 사회생활에 얼마나 불리한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성인들에게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소년들에게는 그런 의미가 부족하다. 교도소에서 또는 구치소에서 소년들에게 이 사회의 질서를 재교육할 수 있는 시간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뭔가 배워야 할 시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성인들 사이에서 악감화(나쁜 영향을 받게 됨)만 될 뿐이다. (…) 더 물어서 확인할 것도 없이 그 소년은 한창 뭐든 배워야 할 시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성인범들과 어울려 허송세월을 보내고 온 것이다.

그런데 소년범죄의 발생, 재발을 줄이기 위한 정부-제도적 지원은 충분할까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공백에 가깝거나, 책임 의식 있고 선의 있는 개인 또는 단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97쪽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의 최대 수용 정원은 150명이고 적정 수용 정원은 120명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200명을 넘어서고 최대 수용 인원의 150%를 초과하는 게 일상적인 것으로 되어버렸다. 서울뿐만 아니라 수원, 인천, 의정부 법원에서 재판받은 소년들까지 이곳으로 몰려들게 되는데, 벌써 오래전부터 수용 인원 초과, 낡은 시설 등 열악한 수용 실태에 관한 지적이 이어졌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개선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24쪽
위탁보호위원이 무슨 대단한 보수를 바라고 활동하는 것도 아니고 활동하다 보면 오히려 사비가 더 많이 드는데도 그들은 특별한 대가를 원하지도 않는다.

220~249쪽
남자소년 시설 중 A시설은 사회복지사업을 많이 하는 기독교재단이 구청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220]
여자소년 시설 중 C시설은 기독교 재단에서 설립한 성매매 피해소녀 지원시설이다.[223]
서울 송파구에 있는 서울시립청소년드림센터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천주교 살레시오회에서 운영한다.[233]
서울 동대문구에 소재한 DM상담센터는 소년의 성행 개선을 위해 심리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접근한다. 모래놀이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K수녀님이 설립한 이곳 상담센터에는 수녀님에게 상담기법을 배우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관심 있는 상담사들이 몰려온다고 한다.[234]
서울가정법원과 연계된 6호 시설들은 모두 종교단체를 기반으로 하는 시설들이다. (…) 6호 시설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수익을 기대할 수 없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과 법원에서 지급하는 비용으로 빠듯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다.[249]

저자의 마지막 말만 더 인용하겠습니다.

317쪽
지금의 소년법과 제도에는 분명 흡족하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소년을 위하는 마음으로 법과 제도를 뒷받침하는 많은 사람들의 진심 어린 노력이 있기에, 좀 더 수정하고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세계 어느 나라 법제도에도 뒤지지 않는 우리만의 소년법, 소년보호제도로 꽃 피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소년에게, 그리고 소년법에 대해 국민들의 관용이 있길 기대해 봅니다.

이 책은 다소 전문적인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소년법의 전체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 있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제도의 현실상을 알아보는 것은 좀 더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제도 개선 의견을 낼 수 있는 바탕이 될테니까요. 딱딱한 법-제도보다는 소년법과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과거 ‘호통판사’로 유명했던 천종호 판사의 책들을 살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천종호 판사의 책으로는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이 출간되어 있으며 인세 수익 전액이 청소년회복센터에 기부된다고 합니다. 실무가가 어떤 부분에 지원이 부족하다 느끼고 아쉬움을 느끼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내역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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