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코로나-19의 기세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읽기 좋은 책이 있어 잠깐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입니다. 책이 꽤 두꺼워 보이지만 각 장을 독립적으로 읽어낼 수 있게 썼을 뿐만 아니라 저자의 글솜씨도 무척 훌륭해서 읽는 데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마치 잘 만든 다큐멘터리 시리즈 한 편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소개글에서는 책을 조각조각 잘라 인용하겠지만, 이렇게 소개해서 좋을 책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기회가 되신다면 한 장 정도는 꼭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감염병은 어느 날 갑자기 새롭게 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26쪽
감염병은 우리 주변 어디든 도사리고 있다. 감염병은 생태계라는 정교한 생물리학적 시스템 속에서 개체와 생물종 사이를 이어주는 자연적 모르타르다.

51~53쪽
인간이 초래한 생태학적 압력과 혼란 때문에 동물의 병원체가 인간과 접촉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도 많아졌으며, 동시에 인간의 기술과 행동 때문에 병원체가 유례없이 넓고 빠르게 퍼진다. 여기에는 중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첫째, 인류의 활동이 대재앙을 초래할 만큼 빠른 속도로 자연 생태계를 붕괴(주의 깊게 고른 단어다)시키고 있다. (…) 둘째,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원생생물 및 기타 미생물을 포함하여 수백만 종의 병원체가 있는데 많은 수가 다른 동물의 몸에 기생한다. (…) 셋째, 그러나 이제 자연 생태계가 너무나 많이 파괴되어 이런 미생물이 점점 많이, 점점 널리 퍼지고 있다.

318쪽
그러나 라임병은 단순히 의학적 문제라기보다 생태학적 현상으로 보았을 때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라임병은 야생동물과 진드기의 상호작용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뛰어들어 희생자가 된 것입니다. 우리가 진드기와 동물들, 즉 보유숙주들이 세균 감염을 서로 주고받는 생태계를 침임한 거죠.”

324쪽
릭 오스트펠트의 팀에서 입증했듯이 라임병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건강하고 다양한 생태계보다 파괴되고 분열된 생태계에서 인수공통 감염병이 종간장벽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다.

57쪽
야생동물들을 눈여겨보자. 이들을 포위하고, 구석으로 몰고, 몰살시키고, 잡아먹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질병에 시달리는 것이다.

몸에 “좋은 거”, 특히 야생동물의 희귀성에서 신비한 효능을 찾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 문제인 모양입니다.

232쪽
그린펠드는 야생동물을 먹는 행위가 새로운 과시적 소비성향뿐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유리 진열장 뒤에서 손님을 유혹하는 매춘산업과 연관돼 있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이런 유행은 희한한 요리와 천연약재와 이국적인 최음제(호랑이 음경 같은)를 추구하는 전통과 맞물려 빠른 속도로 정착되고 퍼져갔다.

540쪽
침팬지의 신체 부위, 코끼리 고기, 하마 스테이크 등 법으로 금지된 ‘환상적인 별미’는 고급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부 도시로 빨려 들어가며,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기 때문에 위험이 따라도 밀렵과 불법 반출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 “감염에 대해서라면 시골 마을들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감염병 학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는 예견되어 있었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 왜 막아내지 못한 것일까요? 저는 이 감염병이라는 것이 단순히 생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학자들의 경고를 귀담아들을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지, 만약 그 경고를 듣고도 무시했다면 어떠한 이해관계 때문인지. 이런 것은 모두 선택의 문제입니다.

236쪽
구안의 팀에 따르면 정말로 중요한 것은 동멘이나 샤투 등 웻 마켓이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가 ‘증식하여 인간을 포함한 숙주에게로 퍼져나가는’ 장소이며 ‘이것이 공중보건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에서는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얻은 교훈으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왔기 때문에 지금 수준의 방역이 있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212쪽
불행히도 과학과 의학연구기관, 예컨대 뛰어난 의과대학을 지닌 홍콩 대학과 광저우 호흡기질환연구소 사이에도 이런 제약이 존재했다. 합동연구나 검체의 공유는 물론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스에 대한 대응이 어렵고 느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RNA 바이러스입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388~389쪽
대부분의 DNA 바이러스는 전혀 반대다. 돌연변이율이 낮고 집단의 크기도 작은 경우가 많다. 에디에 따르면 이들은 자기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끈질긴 방식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끈질긴 잠복.(…) 에디의 말에 따르면 DNA 바이러스의 단점은 새로운 동물종의 몸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너무 융통성이 없다. 외골수다. 과거에 통했던 방법만 고집한다.

390쪽
“RNA 바이러스는 그렇게 못하죠.” 처한 상황과 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전혀 다르다. 그들은 돌연변이율을 낮출 수 없다. 게놈을 키울 수도 없다. “막다른 골목에 들이선 거죠.” 당신이 이렇게 막다른 골목에 처한 바이러스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가장 관심있는 주제가 튀어나왔다. 에디가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이놈들은 종간장벽을 엄청나게 자주 뛰어넘지요.”

인간은 생태학적으로 독특한 지위에 놓여 있습니다. ‘대발생’이란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요. 그래서 이것은 미생물에게는 엄청난 기회입니다.

619쪽
앨런 베리먼이라는 곤충학자는 <대발생의 원리 및 분류>라는 논문에서 이 문제를 다룬 바 있다. 그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에서 출발했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대발생이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특정한 동물종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함없이 단조로운 어조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런 관점에서 지구라는 행성에서 가장 심각한 대발생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종의 대발생이다.’

620쪽
그러니 우리는 포유동물의 역사상 매우 독특한 존재다. 척추동물의 역사로 확대해 봐도 마찬가지다. 화석 기록으로 볼 때 몸집이 큰 동물종 가운데(예를 들어 개미나 남극 크릴새우보다 더 큰 동물 가운데) 현생인류만큼 많은 개체수에 도달한 동물종은 없다. 인류의 몸무게를 모두 합하면 약 3,400억 킬로그램에 달한다. 역시 모든 종의 개미나 크릴새우를 합하면 중량이 그보다 크지만 그 외에는 비견할 만한 동물종이 거의 없다. 게다가 우리는 여러 가지 동물종이 섞여 있는 것이 아니라 단일 동물종이다.

645쪽
우리는 어디나 엄청난 숫자로 존재하기 때문에 모험심이 강한 미생물에게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과 기회를 제공한다.

인수공통감염병을 근절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 자신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모두를 위해 감염병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개인위생 습관을 바꿔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642~643쪽
그 후에 벌어질 일은 과학과 사회적 관습과 여론과 대중의 의지, 그리고 기타 인간 행동의 다른 측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우리 시민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차분하든 신경질적이든, 지성적이든 어리석든 반응하기 전에 상황의 기본적인 윤곽과 역동을 약간이라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오래된 질병의 재유행과 확산은 물론 새로 출현한 인수공통감염병의 유행이 보다 큰 경향의 일부이며, 그런 경향을 만든 책임은 바로 우리 인류에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648쪽
“평균 전파율이 일정하다면 이질성이 조금만 추가되어도 전체 감염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건조하게 들릴 것이다. 개인의 노력, 개인의 분별있는 행동, 개인의 선택이 집단을 멸절로 몰고 갈 파국적인 상황을 방지하는 데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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