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명예훼손과 피해자 특정

인터넷 포털이나 커뮤니티, SNS 등 사이버 공간에서 명예훼손 또는 모욕이 이루어지는 일이 많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규율하고 있습니다. 이를 “사이버 명예훼손”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4.5.28.>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모욕의 경우 사이버 공간이라 해서 따로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형법으로 규율합니다.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있어, 피해자가 특정된 것인지 문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실명 대신 ID를 주로 쓰기 때문입니다. 요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실제 사람과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격인 ID를 전혀 연결시킬 수 없다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법원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피해자는 실제 사람(법인도 포함)만이 될 수 있지, ID 자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일반적인 명예훼손은 (피해자 A, A에 대한 사실)을 재료로 합니다. 그러나 사이버 명예훼손은 통상 (피해자 A, A의 ID인 B, B에 대한 사실)을 재료로 합니다. 그러니까 사이버 명예훼손에서 피해자를 특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A와 ID B가 동일하다는 사실, B가 바로 A를 가리킨다는 사실이 여러 사정을 통해 밝혀져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비실명 SNS에서 피해자의 계정명을 명시하여 명예훼손적 발언이나 모욕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그 계정명과 계정에 담긴 정보들을 통하여 ID의 주인이자 피해자인 실제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ID만 알 수 있을 뿐 ID의 주인을 알 수 없다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주어를 생략한 글은 어떻게 될까요?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주어를 완전히 생략했음에도 해당 글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했을 때 누구나 쉽게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다면, 당연히 문제가 됩니다. 이를테면 실명이 밝혀진 인터넷 기사에 주어를 적지 않고 욕설 댓글을 달았다면, 그 욕설이 향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사실 분명하겠지요.

헌법재판소의 아래 결정문 일부를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다 같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이른바 외부적 명예인 점에서는 차이가 없고( 대법원 1987. 5. 12. 선고 87도739 판결), 명예의 주체인 사람은 특정한 자임을 요하지만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한 바 없는 허위사실의 적시행위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 판단하여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 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도1256 판결;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등).
나. 한편 명예훼손 또는 모욕의 방식은 인터넷상의 댓글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므로 인터넷상의 댓글로서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하여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또는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댓글을 단 행위자는 원칙적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또는 형법상의 모욕죄의 죄책을 면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과 같이 명예훼손 또는 모욕을 당한 피해자의 인터넷 아이디(ID)만을 알 수 있을 뿐 그 밖의 주위사정, 즉 문제된 뉴스 기사와 이에 대한 청구인의 의견, 피고소인들의 댓글 내용, 해당 인터넷 게시판의 이용 범위 등을 종합해보더라도 그와 같은 인터넷 아이디(ID)를 가진 사람이 청구인이라고 알아차리기 어렵고 달리 이를 추지할 수 있을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경우에 있어서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의 피해자가 청구인으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특정인인 청구인에 대한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가 성립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출처 : 헌법재판소 2008.06.26. 선고 2007헌마461 전원재판부 불기소처분취소 [헌공제141호])

계약에 대한 대략적 이해

이 글의 목적은 계약에 대한 아주 대략적인 이해를 위한 것입니다. 다소 부정확한 표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1. 계약의 시작과 끝

교과서에서는 청약이라는 의사표시와 승낙이라는 의사표시의 합치로 계약이 성립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의사표시”라는 말은 별 게 아닙니다. 표시된 내심의 의사라고 생각하시면 대강 맞을 것입니다. 계약이 성립되면 그에 따라 권리와 의무가 발생합니다. 일단 쌍방의 의사가 합치하면 된다 정도로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민법에서 가장 기본적인 계약 중 하나인 “매매”의 사례를 들어 순서대로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읽기

고소장, 공소장, 소장

기사에서 고소장, 공소장, 소장을 혼용하는 것을 봅니다. 모든 사람이 이러한 개념들을 잘 구별해서 써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기자가 혼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일단 형사소송절차와 민사소송절차가 완전히 별개의 절차라는 것은 다시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형사소송절차를 거쳐 가해자가 처벌받는다고 피해자가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가 돈을 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절차를 별도로 거쳐야 합니다. 이때 고소장과 공소장은 형사소송절차와 ‘관련’이 있습니다. 소장은 민사소송절차와 관련이 있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A가 B를 때렸다고 가정합니다. A는 형사적으로도, 민사적으로도 B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먼저 A는 경찰서 또는 검찰청“고소장”을 제출하여 B의 처벌을 구할 수 있습니다. A는 이제 고소인이 됩니다. B는 곧 피의자가 됩니다. 수사가 진행되면, 검사는 B에 대한 처벌을 구할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이때 검사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공소장”입니다. 공소를 제기한다, 혹은 기소한다고 표현합니다. 기소된 B는 이제 피고인이 됩니다. 법원은 재판을 거쳐 B에 대한 판결을 선고합니다.

A는 법원에 신체적-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때 A는 원고가 되며, B는 피고가 됩니다.

예를 들어, “A가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틀린 말입니다. 법원에 제출할 수 있는 것은 공소장과 소장입니다. 그리고 공소장은 검사가 제출하는 것이지 일반인이 제출하는 것은 아닙니다.
“A가 B에게 소장을 보냈다”는 말은 다소 모호합니다. A는 법원에 소장을 2부 제출합니다. 그러면 법원은 소장 1부를 챙기고, B에게 나머지 소장 1부를 송달해줍니다. 엄밀히 말하면 편지 보내듯이 A가 B에게 곧바로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보내는 것입니다.
“A가 B에게 고소장을 보냈다”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A는 고소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합니다. 그러면 수사기관은 B를 불러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A가 B에게 고소장을 직접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A를 “피해자”라고 부를 때, 위와 같은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출자
제출하는 곳
관련 소송절차
소장
피해자
법원
민사
고소장
피해자
수사기관
형사
공소장
검사
법원
형사

주택 임대차의 종료

주택 임대차 계약에서 흔히 문제되는 것은 해당 계약을 어떻게 끝맺을 것인가 인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을 혼동하는 경우를 가끔 보는데, 대략 임대인은 집주인, 임차인은 세입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임대차에 관련된 규정은 민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에 흩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민법의 특별법이기 때문에 민법에 우선하여 적용됩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계약의 갱신”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주택 임대차 계약은 정해둔 기간이 만료한 것만으로는 곧바로 종료되지 않습니다.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계속 읽기

‘공증을 받는다’고 할 때

공증은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공정증서 작성과 사서증서 인증이 혼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증인법은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제2조(공증인의 직무) 공증인은 당사자나 그 밖의 관계인의 촉탁(囑託)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을 직무로 한다. 공증인은 위 직무에 관하여 공무원의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본다.
1. 법률행위나 그 밖에 사권(私權)에 관한 사실에 대한 공정증서(公正證書)의 작성
2. 사서증서(私署證書) 또는 전자문서등(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한 것은 제외한다)에 대한 인증
3. 이 법과 그 밖의 법령에서 공증인이 취급하도록 정한 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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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대략적 이해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대해 아주 대략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엇이 명예훼손이고 모욕인가. 이런 저런 어려운 이야기가 있지만 실제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어떤 안 좋은 말을 했는지’ 입니다. 그리고 아래에서는 피해자가 고소하는 등 해당 발언을 문제 삼은 것으로 가정하겠습니다.

어떤 말이 ‘사실’을 담고 있을 경우에는 명예훼손, 단순히 ‘의견’에 불과할 경우에는 모욕이 문제됩니다. 예를 들면 “A가 (A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사실)B를 했다”고 했을 때엔 대체로 명예훼손 문제가, “A는 싸가지가 없다”고 했을 때엔 모욕 문제가 될 것입니다. 물론 사실과 의견의 구별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요. 계속 읽기

합의와 양형

형량이 들쑥날쑥하다는 불만을 많이 봅니다. 외견상 비슷한 사건임에도 어떤 사건은 실형을, 어떤 사건은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는 것이죠. 이런 불만들이 잘못되었다고 하기는 좀 어려운 것이, 그러한 경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원에서도 그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그리고 살인 관련 범죄들을 최악의 범죄로 보고 있는 이상, 현실적으로는 살인을 기준으로 형이 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말씀드려야겠죠. 이렇게 중언부언한 이유는, 판사 역시 대체로 일반인의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회통념에서 아주 벗어나는 형을 함부로 선고하지는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형사사건에서 “합의”는 아주 강력한 양형인자입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관대한 형이 선고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면, 일단 기사에 “합의”란 단어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합의”라는 것은 쉽게 말하자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돈을 주고, 피해자로부터 ‘원만히 합의되었으므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받아내는 것입니다. 물론 형을 깎기 위한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피해자에게 시간이 충분하고, 가해자의 자력도 충분하다면 합의를 권하지 않는 편입니다. 처벌은 처벌대로 받도록 하고(괘씸하잖아요?), 손해배상 청구는 또 따로 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소송은 오래 걸립니다. 짧아도 반 년, 길면 몇 년입니다. 게다가 승소를 하더라도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가해자에게 자력(재산)이 없다면 강제집행이 되질 않습니다. 가해자에게 재산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요. 그래서 판결문은 그냥 종잇조각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합의를 고려하게 되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데, 당장 치료비 등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그렇죠. 실은 많은 사건이 그렇습니다.

다시 말하는 것인데, 합의는 아주 강력한 양형인자입니다. 왜일까요? 현실적으로 가해자들이 배째라고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피해를 보전시키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합의와 상관없이 형량이 정해진다면, 어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돈을 주고 합의를 보려고 할까요? 그냥 형은 형대로 살고, 피해자에게 돈도 주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겠죠. 이런 상황이 피해자에게 이득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법원에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합의가 잘 되었다면, 형을 깎아 줍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피해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건 국가차원에서 피해자를 미리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그 금액을 국가가 가해자에게 다시 청구하는 것이겠죠. 피해자의 개입 없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비슷한 일을 하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의 역할이 제한적인 걸 보면요.

지금까지 쓴 걸 읽어보니 다소 혼란스럽네요. 결론은 이런 것입니다. 합의는 특별양형인자로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자들이 기사를 선정적으로 쓰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