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 공적 관심을 받는 인물

과거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연예인을 “공적 관심을 받는 인물”로 취급하여, “모욕죄” 성부에 있어 비연예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2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였고, 대법원은 달리 볼 것으로 기대해보기는 했으나 판단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소 길지만 “대법원 2022. 12. 15. 선고 중요판결 요지”에서 모두 인용해 두겠습니다.

2017도19229 모욕 (바) 파기환송

[피고인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 란에 피해자에 대하여 “국민ㅇㅇ녀”, “퇴물”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모욕하였다고 기소된 사안]

◇“국민ㅇㅇ녀”가 모욕적 표현으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형법 제311조),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고, 여기에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0도10130 판결,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9674 판결 등 참조).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 그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가려서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참조).

명예훼손과 모욕적 표현은 구분해서 다루어야 하고,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 보장과 개인의 사적 법익 및 인격권 보호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때에는 구체적인 경우에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여야 한다.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의견 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표현이 다의적이거나 의미가 확정되지 않은 신조어인 경우 피고인이 그러한 표현을 한 경위 및 동기, 피고인의 의도, 표현의 구체적인 내용과 맥락 등을 고려하여, 그 용어의 의미를 확정한 후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표현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때에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가 성립한다. 이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지위와 그 관계, 표현행위를 하게 된 동기, 경위나 배경,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와 구체적인 표현방법, 모욕적인 표현의 맥락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8. 25. 선고 2020도16897 판결 참조).

이를 종합하면,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에 대하여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사회적으로 인종, 성별,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한 혐오 표현이 문제되고 있으며, 혐오 표현 중에는 특정된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여 모욕죄의 구성요건에도 해당하는 것이 적지 않은데, 그러한 범위 내에서는 모욕죄가 혐오 표현에 대한 제한 내지 규제로 기능하고 있는 측면을 고려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2020. 12. 23. 선고 2017헌바456 등 결정 참조).

관련하여, 간략하게 생각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먼저, 모욕과 명예훼손은 달리 보아야 합니다. 모욕을 구성하는 것은 (모욕적인) 의견의 표현, 명예훼손을 구성하는 것은 (명예를 훼손할 만한) 사실의 적시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널리 인정되어야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 원칙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는 표현에 대하여는 제한의 영역이 넓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순수한 모욕적 멸칭은,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하여야 할 가치가 낮다고 봅니다. 제 생각과 관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 판결문 일부를 인용해둡니다.

표현의 자유와 그에 터 잡은 민주주의의 전제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고 관용하는 것이다. 생각과 이념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관용하는 전제 위에서 표현의 자유는 비로소 숨 쉴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아예 토론의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는 ‘배제’와 ‘매도’는 민주적 토론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질식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 존재한다.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중 “반대의견”에서)

명예훼손과 모욕적 표현은 구분해서 다루어야 하고,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 보장개인의 사적 법익 및 인격권 보호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때에는 구체적인 경우에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여야 한다.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의견 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17도19229 판결)

한편, 표현의 맥락을 보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표현이 다의적이거나 의미가 확정되지 않은 신조어인 경우 피고인이 그러한 표현을 한 경위 및 동기, 피고인의 의도, 표현의 구체적인 내용과 맥락 등을 고려하여, 그 용어의 의미를 확정한 후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17도19229 판결)

다만, 저번 글에 썼던 것처럼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제한하는 법리인 “공인 이론”에 관한 부분은 어떠한 형태로든 좀 정리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공적 인물” “공적 관심을 받는 인물”과 “공인(통상 고위직 공무원, 선출직 공무원 등을 뜻하였습니다)”을 동일하게 취급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근거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일반인의 행적이 대중의 관심사가 되었다는 이유(이는 다소 모호한 이유라고 봅니다)만으로 대중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은 넓어지고, 위 일반인의 인격권의 보호영역이 좁아진다고 보는 것은 다소 부당할 것입니다. 요즘은 유튜버들도 연예인에 준할 정도의 대중적 관심을 받고 있으므로 비슷한 사례가 앞으로도 상당히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최소한 전통적 의미의 “공인”이 아닌 이상, “모욕”죄의 성부에 있어서만큼은 일반인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을 받아야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사이버 명예훼손과 피해자 특정

인터넷 포털이나 커뮤니티, SNS 등 사이버 공간에서 명예훼손 또는 모욕이 이루어지는 일이 많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규율하고 있습니다. 이를 “사이버 명예훼손”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4.5.28.>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모욕의 경우 사이버 공간이라 해서 따로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형법으로 규율합니다.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있어, 피해자가 특정된 것인지 문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실명 대신 ID를 주로 쓰기 때문입니다. 요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실제 사람과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격인 ID를 전혀 연결시킬 수 없다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법원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피해자는 실제 사람(법인도 포함)만이 될 수 있지, ID 자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일반적인 명예훼손은 (피해자 A, A에 대한 사실)을 재료로 합니다. 그러나 사이버 명예훼손은 통상 (피해자 A, A의 ID인 B, B에 대한 사실)을 재료로 합니다. 그러니까 사이버 명예훼손에서 피해자를 특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A와 ID B가 동일하다는 사실, B가 바로 A를 가리킨다는 사실이 여러 사정을 통해 밝혀져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비실명 SNS에서 피해자의 계정명을 명시하여 명예훼손적 발언이나 모욕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그 계정명과 계정에 담긴 정보들을 통하여 ID의 주인이자 피해자인 실제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ID만 알 수 있을 뿐 ID의 주인을 알 수 없다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주어를 생략한 글은 어떻게 될까요?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주어를 완전히 생략했음에도 해당 글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했을 때 누구나 쉽게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다면, 당연히 문제가 됩니다. 이를테면 실명이 밝혀진 인터넷 기사에 주어를 적지 않고 욕설 댓글을 달았다면, 그 욕설이 향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사실 분명하겠지요.

헌법재판소의 아래 결정문 일부를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다 같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이른바 외부적 명예인 점에서는 차이가 없고( 대법원 1987. 5. 12. 선고 87도739 판결), 명예의 주체인 사람은 특정한 자임을 요하지만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한 바 없는 허위사실의 적시행위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 판단하여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 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도1256 판결;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등).
나. 한편 명예훼손 또는 모욕의 방식은 인터넷상의 댓글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므로 인터넷상의 댓글로서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하여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또는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댓글을 단 행위자는 원칙적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또는 형법상의 모욕죄의 죄책을 면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과 같이 명예훼손 또는 모욕을 당한 피해자의 인터넷 아이디(ID)만을 알 수 있을 뿐 그 밖의 주위사정, 즉 문제된 뉴스 기사와 이에 대한 청구인의 의견, 피고소인들의 댓글 내용, 해당 인터넷 게시판의 이용 범위 등을 종합해보더라도 그와 같은 인터넷 아이디(ID)를 가진 사람이 청구인이라고 알아차리기 어렵고 달리 이를 추지할 수 있을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경우에 있어서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의 피해자가 청구인으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특정인인 청구인에 대한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가 성립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출처 : 헌법재판소 2008.06.26. 선고 2007헌마461 전원재판부 불기소처분취소 [헌공제141호])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대략적 이해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대해 아주 대략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엇이 명예훼손이고 모욕인가. 이런 저런 어려운 이야기가 있지만 실제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어떤 안 좋은 말을 했는지’ 입니다. 그리고 아래에서는 피해자가 고소하는 등 해당 발언을 문제 삼은 것으로 가정하겠습니다.

어떤 말이 ‘사실’을 담고 있을 경우에는 명예훼손, 단순히 ‘의견’에 불과할 경우에는 모욕이 문제됩니다. 예를 들면 “A가 (A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사실)B를 했다”고 했을 때엔 대체로 명예훼손 문제가, “A는 싸가지가 없다”고 했을 때엔 모욕 문제가 될 것입니다. 물론 사실과 의견의 구별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