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 옥수

몇 달 전 옥수역 근처에 “다락 옥수”라는 재미있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문화강좌와 공연이 열리기도 하는 곳입니다. 지금은 공연이나 강의 프로그램 일정에 접근하는 것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데,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도 다락 옥수 덕분에 생활법률을 주제로 한 강의를 열 수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강의에 찾아와주신 수강생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대략적 이해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대해 아주 대략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엇이 명예훼손이고 모욕인가. 이런 저런 어려운 이야기가 있지만 실제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어떤 안 좋은 말을 했는지’ 입니다. 그리고 아래에서는 피해자가 고소하는 등 해당 발언을 문제 삼은 것으로 가정하겠습니다.

어떤 말이 ‘사실’을 담고 있을 경우에는 명예훼손, 단순히 ‘의견’에 불과할 경우에는 모욕이 문제됩니다. 예를 들면 “A가 (A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사실)B를 했다”고 했을 때엔 대체로 명예훼손 문제가, “A는 싸가지가 없다”고 했을 때엔 모욕 문제가 될 것입니다. 물론 사실과 의견의 구별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요. 계속 읽기

합의와 양형

형량이 들쑥날쑥하다는 불만을 많이 봅니다. 외견상 비슷한 사건임에도 어떤 사건은 실형을, 어떤 사건은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는 것이죠. 이런 불만들이 잘못되었다고 하기는 좀 어려운 것이, 그러한 경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원에서도 그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그리고 살인 관련 범죄들을 최악의 범죄로 보고 있는 이상, 현실적으로는 살인을 기준으로 형이 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말씀드려야겠죠. 이렇게 중언부언한 이유는, 판사 역시 대체로 일반인의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회통념에서 아주 벗어나는 형을 함부로 선고하지는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형사사건에서 “합의”는 아주 강력한 양형인자입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관대한 형이 선고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면, 일단 기사에 “합의”란 단어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합의”라는 것은 쉽게 말하자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돈을 주고, 피해자로부터 ‘원만히 합의되었으므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받아내는 것입니다. 물론 형을 깎기 위한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피해자에게 시간이 충분하고, 가해자의 자력도 충분하다면 합의를 권하지 않는 편입니다. 처벌은 처벌대로 받도록 하고(괘씸하잖아요?), 손해배상 청구는 또 따로 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소송은 오래 걸립니다. 짧아도 반 년, 길면 몇 년입니다. 게다가 승소를 하더라도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가해자에게 자력(재산)이 없다면 강제집행이 되질 않습니다. 가해자에게 재산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요. 그래서 판결문은 그냥 종잇조각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합의를 고려하게 되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데, 당장 치료비 등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그렇죠. 실은 많은 사건이 그렇습니다.

다시 말하는 것인데, 합의는 아주 강력한 양형인자입니다. 왜일까요? 현실적으로 가해자들이 배째라고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피해를 보전시키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합의와 상관없이 형량이 정해진다면, 어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돈을 주고 합의를 보려고 할까요? 그냥 형은 형대로 살고, 피해자에게 돈도 주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겠죠. 이런 상황이 피해자에게 이득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법원에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합의가 잘 되었다면, 형을 깎아 줍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피해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건 국가차원에서 피해자를 미리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그 금액을 국가가 가해자에게 다시 청구하는 것이겠죠. 피해자의 개입 없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비슷한 일을 하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의 역할이 제한적인 걸 보면요.

지금까지 쓴 걸 읽어보니 다소 혼란스럽네요. 결론은 이런 것입니다. 합의는 특별양형인자로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자들이 기사를 선정적으로 쓰는 경향이 있다.

소액사건과 시간

100만 원, 200만 원이 아주 작은 돈은 아니지만, 이것을 소송으로 해결하려고 할 때에는 조금 망설여질 수 있습니다. 소송비용도 비용이고, 변호사를 선임하기엔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느껴지니까요.

일반적으로 소송에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가 될까요? 빠르면 6개월 안에 끝나지만, 길어지면 몇 년이 걸립니다. 정말 운이 좋아 빨리 끝난다 했을 때에도 3개월은 잡아야 합니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리죠.

어쨌든 소송의 목적이 3,000만 원 이하일 때에는 소액사건이라고 해서 소액사건심판법의 적용을 따로 받습니다. 소액사건심판법의 취지는 결국 최대한 빠른 결론을 내려주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액사건이란 말을 들었을 때 소송이 빨리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소액사건의 경우 “이행권고결정”이라는 것을 하게 됩니다. 이 이행권고결정이라는 것은 법원에서 판결을 내리기 전에, “원고가 이러한 내용으로 청구를 해왔다. 피고 너는 원고의 청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2주를 줄 테니 그 안에 원고의 청구가 부당하다고 하면 이의신청을 하고, 부당하지 않다고 보면 가만히 있어라. 그러면 사건을 간단하게 종결시켜 주겠다”는 취지로 보내는, 이를테면 임시판결문 같은 것입니다.

그럴싸해 보입니다. 그런데 핵심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행권고결정의 “송달”입니다. 법원은 피고에게 서류를 보냅니다(이걸 송달이라 합니다). 보통은 법원사무관등이 직접 하게 되는데 피고가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직접 받기는 쉽지 않겠죠. 이때 법원이 서류를 보내는 피고의 주소지는 원고가 기재한 피고의 주소지입니다. 그런데 피고의 주소지가 틀렸다면 송달이 실패합니다. 피고가 받질 못했으니까요. 또는 피고가 낮에 일하느라 집에 없었습니다. 역시 송달이 실패합니다.

법원은 이런 식으로 송달이 실패하면 원고에게 “제대로 된 주소지로 보내보자”는 보정명령을 내리고, 원고는 보정명령을 받아 피고의 초본 상 주소지를 알아내어 다시 보내봅니다. 또 실패하면 밤에도 보내보고 주말에도 보내봅니다. 이렇게 날리는 시간이 한 달은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피고가 송달을 받은 후에는, 아까 말한 대로 피고에게 2주의 시간을 줍니다. 피고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고 2주를 넘겼다면 일단 한숨 돌려도 됩니다. 이제 집행의 문제만 남은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부분을 여기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어 보이고요.

하지만 피고가 이의신청을 했다면? 정식적인 소송절차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럼 지금까지는 정식적인 소송절차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대충 맞습니다. 지금까지 들인 시간은 그냥 날린 시간이 되어 버립니다. 상대방이 이행권고결정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가정 하에, 소액 사건은 일반 사건보다도 재판이 시작되는 시기가 늦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더 있는데, 소액사건이 엄청나게 많은 데 비하여 이를 다루는 판사의 수가 적다는 것입니다. 정식적으로 소송절차에 들어가려면 “변론기일”을 지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건이 너무 밀려 있기 때문에 첫 번째 변론기일이 지정되는 데 한참 걸리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일반 사건은 통상 이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요약해서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소액사건을 해결하는 절차가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기본적인 소송절차에 추가된 절차라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운이 나쁠 경우에는 일반사건(소가가 3,000만 원이 초과하는 사건 등)보다도 늦게 끝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더 요약하겠습니다. 소액사건은 운이 좋아야 빨리 끝나고 운이 나쁘면 일반사건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금액이 적다고 해서 소송이 빨리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형사와 민사

사례 하나만 들어 볼게요.

[ A가 길을 가고 있는데, B가 느닷없이 나타나 A의 얼굴을 때렸다 ]

1. 민사소송절차와 형사소송절차는 완전히 별개의 절차입니다

여기서 A가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2가지가 있습니다. 고소(형사)를 하는 것, 손해배상청구(민사)를 하는 것. 다만 위 사례에서 A의 법적 조치 순서는 고소->손해배상청구 순으로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시 이야기 하면,

가. A는 경찰에 신고하여 B의 처벌을 구한다(고소). -> 형사
나. A는 법원에 소장(손해배상청구)을 접수한다. -> 민사

A는 경찰이나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여 B를 고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A가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기 전까지는 민사소송절차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형사소송절차가 진행되어 B에게 벌금형이 선고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A에게 어떠한 금전적 배상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2. 민사절차와 형사절차의 당사자는 다릅니다

가. 형사(폭행)

위 사례에서 A의 고소로 B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는데, 이 때 B는 “피의자”가 됩니다. B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면, 검사는 법원에 B에 대한 유죄판결을 내려달라는 의미의 기소를 하게 되는데, 기소 후 B가 바로 “피고인”이 되며 형사소송에서의 당사자가 됩니다. 나머지 당사자는 “검사”가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즉, B는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피의자 -> (기소) -> 피고인” 이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A는 “참고인”에 불과하며, 당사자가 아닙니다. 법원에 출석하여 “저 나쁜 놈을 혼내주십시오”하는 것은 검사의 역할이지 A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죠. 따라서 A는 법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며, 수사과정에서 대질신문을 반드시 하여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지만, 그것은 단지 피고인의 변호인이나 검사가 A를 증인으로 신청했기 때문이지 “A의 사건”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나. 민사(손해배상청구)

위 사례에서 A는 피해자이자 손해를 입은 자가 되며, B는 가해자이자 A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는 자가 됩니다. A는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여 B에게 A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청구를 하게 되는데, 이때 소를 제기한 A가 원고가 되고, B는 피고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원고는 소를 제기한 당사자의 호칭일 뿐, 피해자-착한 사람- 이런 것과는 관련이 없고, 마찬가지로 피고는 소송을 당한 당사자일 뿐, 가해자–나쁜 사람- 이런 것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죠. 형사절차에서의 “피고인”과 “피고”의 명칭이 유사하기 때문에, 이를 혼동하여 ‘피고는 나쁜 놈’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3. 각 절차마다 피해자-A의 역할이 다릅니다

가. 형사

A는 검찰-경찰에 고소를 하고,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진술을 하면 일단 끝이라고 보아도 됩니다. A가 직접 B를 추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것은 수사기관이 알아서 합니다. 제출하여야 할 증거가 있을 경우 제출하는 정도만 도우면 되고, 검사 등이 추가적으로 출석을 요청할 경우에는 그에 응하면 됩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법원에 출석하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경우에 따라 법원에서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할 때가 있으며 이때에는 반드시 출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B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되면, A는 그 판결문을 교부 신청하여 민사절차에서의 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나. 민사

A는 증거를 수집(상해진단서, 영수증,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이나 형사판결문, 기타 등등)하고, 소장을 작성(법원용 1부, 상대방용 1부)하여 법원에 제출합니다. 소장을 B에게 직접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B에게 소장을 보내는 것은 법원입니다. 상대방에게 소장이 송달되면 법원은 변론기일을 정하게 되는데, A는 정해진 기일에 법원에 “출석”하여야 합니다. 기일은 여러 번 정해질 수 있고, 서면도 여러 번 제출해야 할 수 있습니다. A는 기일에 모두 출석하는 것이 원칙이고, 출석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은 A가 입게 됩니다. 형사와 달리 민사에서는 모든 것을 A가 신경 써야 하며, 그냥 적당히 하면 판사가 원님처럼 판결을 내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4. 국선변호인

가. 형사

형사소송은, 엄밀한 표현은 아니지만 국가 대 개인의 소송입니다. 따라서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피고인(B)”에게는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반드시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도록 되어 있는 사건도 있고, 아닌 사건도 있습니다.

피해자(A)에게 “국선변호인”이 선임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성폭력 사건이나 아동학대 사건 등에서는 “피해자국선변호사”제도가 신설되어 변호사가 선임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소송절차에서의 피해자가 처해있는 지위를 볼 때, 피해자국선변호사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 민사

민사소송은 개인 대 개인의 소송입니다. 따라서 국선변호인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소송구조 제도나 법률구조공단 등 사회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있습니다.

5. 비용

형사는 무료, 민사는 유료라고 보면 됩니다. 형사사건에서 고소장 제출에는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민사사건에서 소장을 제출할 때에는 인지대, 송달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물론 전부 승소했을 경우에는 피고로부터 소송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주의할 것은 변호사 선임에 든 비용 전액이 소송비용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면, 변호사 선임에 100만원이 들었고, 손해배상으로 200만원을 구한다고 했을 때, 인지대는 10,000원, 송달료는 71,000원이 들어가고, 소송비용에 산입되는 변호사보수는 300,000원입니다. 위 부분은 전부 승소할 경우 피고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으나 변호사 선임에 들었던 비용 중 나머지 700,000원은 돌려받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편합니다.

6. 공통점 – 모를 때에는 전문가에게 간다

사건 발생 후 잘 모르겠으면 전문가에게 가서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해도 좋고, 가까운 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도 좋습니다(법률구조공단에서의 상담은 무료입니다!). 변호사가 꼭 필요할까요? 그것은 사안마다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상담은 꼭 필요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권리와 권한

일상생활에서 ㅇㅇ권이란 말을 많이 씁니다. 이때 “권”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요? 대충 권리 또는 권한을 말합니다. 이때 권리와 권한은 같은 말일까요? 아닙니다. 일단 교과서에서 정의하고 있는 권리와 권한에 대해서 살펴보고 넘어가보죠. 참고할 교과서는 송덕수 교수의 <신민법강의> 제6판이며, 아래에서는 이 책에 쓰인 정의들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쓸 것입니다.

권리란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학설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일정한 이익을 누리게 하기 위하여 법이 인정하는 힘”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권한이란 타인에게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법률상의 지위 또는 자격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대리인의 대리권, 법인 이사의 대표권, 사단법인 사원의 결의권, 선택채권의 선택권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권능이란 것도 있습니다. 이는 권리의 내용을 이루는 각각의 법률상의 힘을 말합니다. 소유권이란 권리에 대하여 그 내용인 사용권, 수익권, 처분권은 권능입니다. 따라서 어떤 권리가 하나의 권능으로 이루어진 경우 권리와 권능은 같게 됩니다.

이해가 가시나요? 곧바로 이해가 가신다면 지금이라도 법학을 전공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이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권능”까지 알아야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건 그냥 전공자나 쓰라고 남겨 두세요. 대신 권리와 권한이라는 말은 많이 쓰이니까 이걸 구별해보도록 하죠.

가장 쉽게 접근하려면, 권한의 정의에서 예시된 대리권, 대표권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는 권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애초에 대리권한, 대표권한이라고 표시하였더라면 혼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앞서 살펴본 권한의 정의를 살펴보면, “타인에게” “지위 또는 자격”이란 표현이 보입니다. 저는 여기서 자격이란 단어가 권한과 가장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리는 “법률상의 힘”이란 것이죠. 하지만 권한은 “어떤 자격”입니다. 그리고 타인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소유권은 “물건을 전면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소유권을 정의함에 있어 타인이 전제될 이유는 없습니다. 소유자 본인과 물건만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대리를 생각해보면, 일단 대리인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대리인은 누구를 위해 대리하나요? 대리의 이익을 누릴 또 다른 타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가 C와 직접 만나 물건을 사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A의 대리인 B가 C와 직접 만나 물건을 사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때 물건과 돈을 주고받은 것은 B와 C가 되겠지만, 그 물건의 소유자가 되는 것은 A가 됩니다. 이때 B는 대리권을 가지고 있는 대리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럴 때나 쓰는 것이 권한입니다.

그런데 권리와 권한을 구별하는 것은 중요할까요? 일상생활에서는 그다지 중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많은 것들이 그렇잖아요. 하지만 구별해서 써야 할 사람들은 구별해서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