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과 피해자 보호

며칠 전 발생해서는 안 될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법률적으로 보장된 대부분의 수단을 사용하였음에도 범죄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경찰에서는 피해자가 스마트워치 등을 원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왜 원하지 않았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워치를 조작하면 경찰이 출동할 것입니다. 그러나 GPS가 알려주는 위치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현장에 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될 수 있는 제안을 거절할 피해자가 있을까요? 국가기관은 피해자의 신뢰를 전혀 받지 못한 것입니다.

이제야 법무부에서는 스토킹처벌법에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식의 논의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건 단순히 ‘돈’이 안 드는 유사 대책일 뿐이며 애초에 있어서는 안 되었던 조항을 삭제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예산 없는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방지책은 어떤 피해도 막아주지 못합니다.

기존의 스토킹처벌법이 ‘가해자 처벌’ 중심적이고 ‘피해자 지원’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비판은 당연히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률상 마련된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데에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접근금지조치’를 내리면 된다고 말하지만, 그 조치를 지킬 생각이 없는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전문가들도 일단 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해보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조언 말고는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법률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저번 글에서도 잠깐 이야기했던 것이지만, 스토킹이나 물리적으로 가까운 상대방으로부터 반복되는 범죄의 피해자를 가장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가해자의 인신 구속, 이어지는 교육 또는 치료일 것입니다. 그러나 가해자의 구속률이 높지 않은데다 장기의 형을 살 것이라 기대할 수 없고,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가 임시로라도 거주지를 옮기는 방법을 택하려 한다고 가정합니다. 피해자는 대체 어떻게,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정부는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을 공유하겠다고 하지만, 위 시설들의 정원은 항상 부족했습니다. 지원 기간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은 2021년 현재 전국에 65개소가 있으며 입소정원은 1,086명입니다.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은 2021년 현재 전국에 34개소가 있으나 입소정원이 몇 명인지는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스토킹범죄 피해자 중 몇 명이나 위 보호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까요? 관련 업무를 수행해오던 여성가족부도 해체하겠다는 마당에 어떤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도 저도 못 하겠다면 최소한 가해자에 대한 제재 방법을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한국 사회는 이미 전자감독제도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스토킹범죄 가해자에게도 유사한 전자적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조치 남발이 우려된다면 영장제도와 유사한 형태의 것을 도입하여 제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대법원과 대한변협이 “조건부 석방제도”를 언급하였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구속영장 기각시에 조건(전자발찌 부착 등)을 붙여 석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구속영장 신청 및 청구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피해자에게 따로 권리를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의문이기는 하지만, 현 시점에서 시행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도라면 이번 기회에 도입이라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 실효성 있는 변화를 끌어내기를 기대해봅니다.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