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5일, 김지은 씨는 당시 충남도지사였던 안희정의 성폭력을 세상에 고발했습니다. 이 책은 그 전후 있었던 일들의 기록입니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을 고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성폭력 피해자는 수사와 재판 절차 외에도 넘어야 할 벽이 많습니다. ‘피해자답지 않은’ 피해자에 대한 비난, 피해자를 위축시키기 위한 고소, 이러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2차 가해 등. 이 책은 성폭력 피해를 당한 개인의 특수하고 개별적인 사례이지만, 동시에 성폭력 피해자들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례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계속 읽기
피해자다움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대법원 판결문에 등장한 ‘성인지 감수성’이란 표현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았습니다. 다소 길지만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