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에 대한 대략적 이해

이 글의 목적은 계약에 대한 아주 대략적인 이해를 위한 것입니다. 다소 부정확한 표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1. 계약의 시작과 끝

교과서에서는 청약이라는 의사표시와 승낙이라는 의사표시의 합치로 계약이 성립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의사표시”라는 말은 별 게 아닙니다. 표시된 내심의 의사라고 생각하시면 대강 맞을 것입니다. 계약이 성립되면 그에 따라 권리와 의무가 발생합니다. 일단 쌍방의 의사가 합치하면 된다 정도로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민법에서 가장 기본적인 계약 중 하나인 “매매”의 사례를 들어 순서대로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갑이란 사람이 있고, 을이란 사람이 있습니다. 갑은 A를 100만 원에 팔기로 마음먹고 장터에 게시물을 올립니다. 의사표시(청약)를 한 것입니다. 을은 게시물을 보고, A를 사기로 마음먹습니다. 을은 A를 사고 싶다고 갑에게 연락합니다. 의사표시(승낙)를 한 것입니다. 을의 의사표시가 갑에게 도달하는 순간, 계약은 무사히 성립됩니다.

이제 갑은 A를 을에게 인도할 의무가 생기고, 대금을 받을 권리가 생깁니다. 을은 갑에게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생기고, A를 받을 권리가 생깁니다. 이때 계약의 목적물을 급부라고 하고, 상대방에 대하여 급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채권, 급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의무를 채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계약의 체결은 특별히 달리 정하고 있지 않은 한 구두, 그러니까 단순히 말로도 체결할 수 있습니다. 문서에 도장을 찍어야 계약이 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갑이 친구인 을에게 “A를 100만 원에 살래?” 라고 묻고 을이 “살래.”라고 답했다면 그 순간 계약은 체결됩니다.

그럼 계약은 언제 끝이 나는 것일까요? 쌍방이 주어진 의무를 이행했을 때 끝이 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 계약은 갑이 대금을 받음과 동시에 을에게 A를 인도하면 종료됩니다. 여기서 갑은 대금지급채권을 가지고 있고, A인도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을은 대금지급채무를 가지고 있고, A인도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갑은 A를 현실로 을에게 인도하면 급부를 이행한 것이 됩니다. 을은 대금을 갑에게 지급하면 급부를 이행한 것이 됩니다. 이렇게 급부의 이행으로 채권이 소멸하는 것, 이것을 변제라고 합니다.

요약하면, 계약은 양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하면 성립합니다. 그리고 각 당사자가 급부를 완전히 이행하면 채권이 소멸되어 계약은 종료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문제의 발생

계약이 무사히 체결되고, 잘 이행되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디선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죠. 문제는 여러 차원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역시 순서대로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 의사표시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

계약에서 의사표시는 매우 중요합니다. 의사표시가 없으면 계약이 체결될 수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사표시를 잘못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갑은 A를 100만 원에 팔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게시판에 글을 작성하면서 실수로, 10만 원이라 쓰고 말았습니다. 을은 얼른 갑에게 연락해서 내가 사겠다고 하였습니다. 일단 계약은 체결되었습니다. 갑은 A를 을에게 넘겨야 합니다. 을은 갑에게 10만 원만 주면 됩니다. 부당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계약은 체결된 이상 지켜져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갑의 실제 의사에 합치하는 결과는 아닐 뿐만 아니라, 직관적으로 봐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민법은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러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이 글의 목표가 아니므로 간략하게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법질서가 완전히 용인할 수 없을 정도의 계약은 “무효”로 봅니다. 그리고 의사표시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대로 이행해도 법질서에 완전히 반할 정도가 아닌 경우 몇 가지는 해당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두고 있습니다. 취소하면 계약의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보게 되므로 효과는 유사합니다.

한편 계약이 무효라는 말은, 특별히 누가 주장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효력이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계약의 취소는,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취소권을 가진 자가 취소권을 행사하여야 계약을 무효로 만들 수 있습니다. 취소권을 가진 자가 취소하지 않으면 해당 계약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요약하면, 우리 민법은 “내 팔을 잘라 너에게 주겠다”와 같이 법질서에서 완전히 용인할 수 없는 내용이 아닌 이상, 어떤 문제 있는 의사표시를 구성요소로 하는 계약이더라도 일단 유효한 것처럼 봅니다. 그리고 그 의사표시에 문제가 있었을 경우에는 이를 해결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상 안전장치만 믿고 계약을 부주의하게 체결해서는 안 됩니다.

나. 당사자의 능력이 없거나 제한되어 있었던 경우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 그러니까 자신의 행위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와 그 결과를 인식할 수조차 없는 정신상태에서 체결한 계약은 애초에 무효입니다. 의사표시를 할 능력도 없었던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보통 지능지수가 현저하게 낮아 본인의 행위가 가져올 결과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를 예로 듭니다.

한편 민법은 제한능력자 제도를 두고 있으며, 제한능력자로는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피특정후견인, 미성년자가 있습니다. 여기서 제한되었다고 보는 능력은 행위능력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제한능력자는 단독으로 유효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제한능력자가 체결한 계약은 취소할 수 있습니다. 취소권의 행사는 일방적입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따라서 제한능력자와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은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됩니다. 이때 민법에서는 이러한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을 두고 있습니다.

다. 누군가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갑은 A를 100만 원에 팔기로 했고, 을은 사기로 했습니다. 의사표시에 문제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에게 병이 나타나서, A를 200만 원에 사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갑은 병에게 A를 주었습니다. 을은 A를 사기로 했고 100만 원을 지급할 의사도 있었지만, A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은 채무의 이행 문제입니다. 을은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까요? 을은 갑에게 100만 원을 주어야 할 채무가 있지만, 동시에 A를 받을 수 있는 채권도 있습니다. 채권이 있다는 말은 강제로 이행하도록 할 수도 있다는 말과 유사합니다. 지금 당장 갑에게 A가 없는데도 A를 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습니다. 갑은 어떻게든 A를 구해서 을에게 주어야 한다는 채무가 있습니다.

이렇게 일방 당사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그것을 채무불이행이라고 부릅니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A의 대체가 가능하다면 을은 다른 A를 구해서 달라고 할 수도 있고, 유일한 물건이라 대체할 수 없다면 손해배상의 청구도 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계약을 해제하여 처음부터 아예 계약이 없었던 것처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요약하면, 계약은 처음부터 뭔가가 잘못된 경우가 있고, 언제 계약이 없어질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있으며, 계약은 잘 성립됐는데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3. 계약에 수반된 문제가 발생하면

민법은 여러 법 중에서도 가장 정교하게 만들어진 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문제들의 해결방안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이를테면 의사표시가 잘못된 경우 해당 계약을 무효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제한능력자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을 확정적으로 유효로 만들 수 있습니다. 취소할 수 없게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강제이행이나 손해배상청구, 계약의 해제 등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민법은 대부분의 경우 사적 구제를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상대방의 집에 직접 쳐들어가 지갑을 뒤져 물품대금을 빼앗아오는 식의 해결은 안 된다는 말입니다.

결국, 대부분의 법적 다툼은 법원에서 이루어집니다. 법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은 곧 증명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구두로도 계약은 체결할 수 있지만, 추후 발생할 수 있을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증거를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편이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최소한 계약 당사자의 인적사항(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계약의 내용을 정확히 써야 합니다. 그리고 계약일을 명시하고, 당사자의 서명날인(서명도 무방하나 인감 날인 및 인감증명서 첨부를 하면 추후 다툴 때 일이 적어집니다)을 하면 됩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계약서를 수정하여 사용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봅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단을 받듯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아야 합니다. 가까운 변호사 사무실도 좋고, 지역마다 설치된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설령 나홀로 소송을 하는 경우라도, 전문가로부터 방향을 제시받아 참고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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