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사건과 인지 사건의 차이

살면서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경찰을 부를 일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112에 신고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경찰이 출동하면 따라가서 진술하기도 합니다. 보통 이 정도 조치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에서는 모든 범죄피해자를 동일하게 대우하지는 않습니다. “고소”를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수사가 개시되는 데에는 수사의 단서가 필요합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고소와 인지만 다루려고 합니다. 먼저 고소는, 범죄의 피해자(또는 피해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형사소송법상 고소권자)가 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을 신고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를 말합니다. 다음으로 인지라는 것은, 고소나 고발 등을 제외한 신고, 진정 등을 통해 범죄가 발생했음을 수사기관이 알아차리고 스스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사건의 경우 대체로 인지 사건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차피 수사가 진행되는 건 똑같은데 인지 사건이든 고소 사건이든 대체 무슨 차이가 있겠냐는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상 고소인은 상당한 범위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 있으나, 단순한 범죄피해자에게는 그러한 권리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고소장을 제출하면 범죄피해자는 “고소인”이 되고, 이러한 고소인은 다소 특별한 대우를 받습니다.

예를 들어, 고소 사건은 3월 안에 사건을 처리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물론 위 처리시한은 훈시규정으로, 수사기관이 반드시 이에 구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지 사건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습니다. 고소 사건은 사건이 어떻게 종결되었는지 고소인에게 서면으로 통지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인지 사건의 범죄피해자에게는 별도의 신청이 없는 한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기 때문에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되었음에도 아무 연락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최근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만들어진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및 「경찰수사규칙」에 따라 고소인이 아닌 단순 범죄 피해자의 경우에게도 수사 진행상황이나 수사 결과 등을 통지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통지 관련된 부분의 불합리함은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고 보이나, 이것은 아직 「형사소송법」에 근거한 것은 아니므로 박탈할 수 없는 확실한 피해자의 권리로 자리잡혔다고 보기에는 다소 이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이유로든 검사가 범죄피해자 관점에서 억울한 “불기소 처분”(경찰의 “불송치 결정”과는 다르며, 불송치 결정은 “이의신청(형사소송법 제245의 7)”에 의하여 다투어야 합니다)을 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고소인과 인지 사건의 범죄피해자가 각자 취할 수 있는 수단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고소인은 검찰에 항고하여, 해당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한 번 다퉈볼 수 있습니다. 항고도 기각되었을 때에는, 재정신청 제도를 이용하여 한 번 더 다퉈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지 사건의 범죄피해자는 항고 제도를 이용할 수 없고, 재정신청 제도 역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해당 불기소 처분이 범죄피해자의 평등권, 재판절차진술권 등을 침해했음을 이유로 곧바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부수적인 권리 부분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고소인의 경우 수사기록에 대한 접근권이 약간 더 넓게 보장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피해자의 경우, 수사기록에 대한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형사사법포털을 이용하여 사건진행상황을 살펴볼 때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당연히 고소인이 훨씬 더 이용하기 수월합니다.

그래서 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엔 무조건 고소를 하라는 이야기냐,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다만 고소를 했을 때와 고소하지 않고 신고만 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계셔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핵심적인 부분은 “불기소 처분에 대한 불복” 방법이겠습니다.

불기소 처분에
대한 불복
처분결과 통지 사건 처리 기간 제한

고소인

항고, 재정신청

서면으로 통지

3개월 안에
처리함이 원칙

인지 사건의
범죄피해자
헌법소원 별도로 신청해야
통지받을 수 있음
(최근 관련 법령 개정으로 개선된 부분 있으나 아직 형사소송법상 권리는 아님)

없음


• 2022. 2. 표현을 다소 다듬고 법령 개정에 따른 몇몇 부분을 추가하였습니다.

인지사건으로 수사 중인 사건에 고소장을 제출할 경우 이중 접수라는 이유로 반려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 법령 개정으로 인지사건의 범죄 피해자에 대한 권리 보장이 상당히 개선되었으나, 불기소 처분에 대한 불복 수단은 여전히 고소인과는 다릅니다. 이와 관련해, 2018년 경찰청에서 피해자 항고권 등 보장을 위해 인지사건 처리 중 고소장이 제출될 경우 별도 접수 후 기존 사건과 병합하여 다루도록 조치한 바 있다는 점, 최근 국민권익위 경찰옴부즈만에서 범죄 신고 후 고소하였을 때 고소사건으로 처리하여 불복 구제수단을 보장하라고 권고한 사실이 있다는 점, 국민권익위에서 유사한 내용의 고충민원을 동일한 방식으로 시정권고 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형사소송법

제257조(고소등에 의한 사건의 처리)
검사가 고소 또는 고발에 의하여 범죄를 수사할 때에는 고소 또는 고발을 수리한 날로부터 3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여 공소제기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제258조(고소인등에의 처분고지)
①검사는 고소 또는 고발있는 사건에 관하여 공소를 제기하거나 제기하지 아니하는 처분, 공소의 취소 또는 제256조의 송치를 한 때에는 그 처분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고소인 또는 고발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한다.
②검사는 불기소 또는 제256조의 처분을 한 때에는 피의자에게 즉시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한다.

제259조(고소인등에의 공소불제기이유고지) 검사는 고소 또는 고발있는 사건에 관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처분을 한 경우에 고소인 또는 고발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7일 이내에 고소인 또는 고발인에게 그 이유를 서면으로 설명하여야 한다.

제259조의2(피해자 등에 대한 통지) 검사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를 포함한다)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당해 사건의 공소제기여부, 공판의 일시·장소, 재판결과, 피의자·피고인의 구속·석방 등 구금에 관한 사실 등을 신속하게 통지하여야 한다.

경찰수사규칙

제11조(수사 진행상황의 통지)
① 사법경찰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날부터 7일 이내에 고소인ㆍ고발인ㆍ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배우자ㆍ직계친족ㆍ형제자매를 포함한다. 이하 “고소인등”이라 한다)에게 수사 진행상황을 통지해야 한다. 다만, 고소인등의 연락처를 모르거나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연락처나 소재를 알게 된 날부터 7일 이내에 수사 진행상황을 통지해야 한다.
1. 신고ㆍ고소ㆍ고발ㆍ진정ㆍ탄원에 따라 수사를 개시한 날
2. 제1호에 따른 수사를 개시한 날부터 매 1개월이 지난 날
② 제1항에 따른 통지는 서면, 전화, 팩스, 전자우편, 문자메시지 등 고소인등이 요청한 방법으로 할 수 있으며, 고소인등이 별도로 요청한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서면 또는 문자메시지로 통지한다. 이 경우 서면으로 하는 통지는 별지 제9호서식의 수사 진행상황 통지서에 따른다.
③ 사법경찰관은 수사 진행상황을 서면으로 통지한 경우에는 그 사본을, 그 밖의 방법으로 통지한 경우에는 그 취지를 적은 서면을 사건기록에 편철해야 한다.
④ 사법경찰관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수사 진행상황을 통지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그 사실을 수사보고서로 작성하여 사건기록에 편철해야 한다.
1. 고소인등이 통지를 원하지 않는 경우
2. 고소인등에게 통지해야 하는 수사 진행상황을 사전에 고지한 경우
3.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경우
4. 사건관계인에 대한 보복범죄나 2차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제97조(수사 결과의 통지)
① 사법경찰관은 수사준칙 제53조에 따라 피의자와 고소인등에게 수사 결과를 통지하는 경우에는 사건을 송치하거나 사건기록을 송부한 날부터 7일 이내에 해야 한다. 다만, 피의자나 고소인등의 연락처를 모르거나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는 연락처나 소재를 안 날부터 7일 이내에 통지를 해야 한다.
② 제1항의 통지(법 제245조의6에 따른 고소인등에 대한 불송치 통지는 제외한다)는 서면, 전화, 팩스, 전자우편, 문자메시지 등 피의자나 고소인등이 요청한 방법으로 할 수 있으며, 별도로 요청한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서면으로 한다. 이 경우 서면으로 하는 통지는 별지 제100호서식부터 별지 제102호서식까지의 수사결과 통지서에 따른다.
③ 법 제245조의6에 따른 고소인등에 대한 불송치 통지는 별지 제103호서식의 수사결과 통지서에 따른다.
④ 사법경찰관은 서면으로 통지한 경우에는 그 사본을, 그 외의 방법으로 통지한 경우에는 그 취지를 적은 서면을 사건기록에 편철해야 한다.
⑤ 수사준칙 제53조제2항에 따른 고소인등의 통지 요구는 별지 제104호서식의 불송치 통지요구서에 따른다.
⑥ 사법경찰관은 고소인, 고발인 또는 피의자가 불송치 결정에 관한 사실증명을 청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별지 제105호서식 또는 별지 제106호서식의 불송치 결정 증명서를 발급해야 한다.
⑦ 사법경찰관은 고소인등에게 수사중지 결정의 통지를 하는 경우에는 수사준칙 제54조제3항에 따라 검사에게 신고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통지서에 기재해야 한다.

고소 사건과 인지 사건의 차이”에 대한 답글 6개

  1. ㅇㄷㄹ 2021-10-07 / 4:48 pm

    양자 차이점을 명료하게 설명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아요

  2. ㅊㅎㅈ 2022-07-08 / 9:07 am

    정리 되어 있는 글 중에 제일 이해가 잘됩니다..도움 많이 되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좋아요

  3. ㄱㅅㄹ 2022-08-31 / 2:43 pm

    잘 정리된 글 감사합니다.
    친고죄 말고도 모든 범죄를 고소하면 경찰에서 고소수리를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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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정권 2022-09-08 / 3:37 pm

      안녕하세요.

      친고죄란 검사가 기소를 하기 위해서는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한다는 뜻일 뿐, 非친고죄에 대한 고소가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고소권자로는 범죄의 피해자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친족 등 피해자와 일정한 관계가 있는 이들에게 고소권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고소권자는 본인이 고소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범죄라면 종류에 제한 없이 고소할 수 있으나, 고소권이 없는 경우 신고 또는 고발에 그치게 되는 일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고소장에 갖추어야 할 형식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였거나 해당 사실이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 등에는 고소장이 각하 내지 반려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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