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생각

검찰 개혁의 일환 중 하나라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이 많다. 몇 달 전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는데, 자료를 읽어보고 든 생각을 뒤늦게나마 간략하게 메모해두려고 한다.

국회 수사권조정 신속처리법안(의안번호 20030)을 살펴보면, 목적은 다음과 같다.

본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와 같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의 문언과 취지를 반영함으로써, 검찰과 경찰로 하여금 국민의 안전과 인권 수호를 위하여 협력하게 하고 수사권이 국민을 위해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행사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임.

주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 검경 간의 협력 의무를 정하고 검사의 수사지휘를 폐지하였다.
  • 사법경찰관에게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을 주었다.
  • 검사는 수사지휘를 할 수 없게 된 대신, 보완수사 요구권, 기록 등본 송부, 시정조치, 사건 송치, 징계 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판사에게 청구하지 않을 경우 심의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지 않은 경우 고소인 등에게 그 취지와 이유를 통지하도록 하였다. (불송치 결정)
  •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지 않은 것이 위법 또는 부당할 때 재조사를 요구할 수 있다.

‘수사’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다. 따라서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가정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위 신속처리법안의 목적과 같이 “국민의 안전과 인권 수호”가 될 것이다.

위 개정안이 상정하고 있는 검찰의 문제점은 대략 이런 것인 것 같다. 검사의 무분별한 직접 수사, 수사지휘의 남용, 정검 유착 등. 이런 부분이 모두 문제라 치고, 위 법안과 같은 방식의 수사권 조정을 통해 어떤 식으로 국민의 안전이 보호되며 국민의 인권이 수호되고 국민의 권익이 향상된다는 이야기일까?

일단 검사의 직접 수사가 문제라고 한다면 그 부분을 통제할 방안을 만들면 된다. 그런데 검사가 직접 수사에 나서는 사건은 얼마나 될 것인가? 2016년 기준 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총량 비교(2016년 기준)>

구분 사건 점유율
검찰수사 31,436건

(검찰직접인지 : 13,581건, 고소-고발 직접수사: 17,855건)

2%
경찰수사 1,614,024건(경찰송치사건) 98%

<인권과 정의 2019년 9월, 135쪽, [토론1] 거꾸로 가는 형사사법개혁 , 김웅>

수사총량 중 2%라고 한다. 위 검찰수사 사건 모두가 일반 국민과 관련이 있는 형사사건(소위 ‘특수사건’이 아닌)이라 가정하더라도, ‘일반 국민’ 입장에서 수사를 누가 ‘직접’ 담당하는지 여부가 그렇게 중요한 일이 될 것인지 잘 모르겠다.

‘무분별한’ 수사지휘와 관련해서도 의문이다. 그럼 경찰에 대한 통제는 불필요한가?

<검찰 제시 경-검 불일치 현황>

구분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경찰 기소의견 송치 → 검찰 불기소 28,722 33,253 29,682 31,154 28,599 28,630
경찰 불기소의견 송치 → 검찰 기소 3,403 4,147 4,112 4,346 3,980 4,070
경찰 불구속 송치 → 검찰 직접구속 2,873 3,151 3,892 4,180 3,577 4,449
경찰이 누락한 범인/범죄 적발 7,438 7,678 8,099 10,013 9,091 9,845
합계 42,436 48,229 45,785 49,693 45,247 46,994

<인권과 정의 2019년 9월, 149쪽, [토론2]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 토론문 , 이형세>

연 약 45,000건 정도의 사건에서 검경의 판단이 갈리고 있다. 특히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불기소한 사건을 살펴보면 그 양이 상당하다. 물론 나는 통계를 읽는 훈련을 거치지 않았고 관련 자료를 직접 본 적도 없으므로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형사사법 절차에서 ‘인권의 보장’을 말할 때는 보통 피의자(피고인)에 대한 것을 뜻할 텐데,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이 불기소 되었다는 것은 그 중 일정 비율로 경찰의 수사에 오류가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피의자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던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굳이 거대한 경찰 조직에 힘을 실어주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검찰의 인권침해가 심각해서? 나는 경찰 조직에서 일어났던 인권침해 역시 대단한 수준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80년대 치안본부에서 고문을 담당했던 이들은 경찰 조직의 어디까지 올라갔을까? 나는 이들이 정당한 처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했다. 과거 경찰은 어떠한 곳이었나? 지금 검찰 구성원에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일반 국민에 대한 고문이 넘쳐났던 곳이 과거 경찰서였다. 남영동 대공분실을 인권보호센터로 바꾸었다고 해서 그 역사가 청산된 것은 아니다. 2000년대에도 가혹행위는 있었다.

서울경찰청은(2000년 5월) 15일 청량리경찰서 경찰관들의 현 아무개(45) 씨 ‘생매장 고문’ 사건과 관련해 이날 오후 김 아무개(45) 경사 등 관련 경찰관 4명을 불러 가혹행위를 했는지 조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조사에서 김 경사 등은 “12일 현 씨를 강제연행해 수갑을 뒤로 채우고 경기도 연천까지 끌고 가 폭행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으나 “그러나 얼굴에 마대를 씌우거나 생매장 협박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만시대의 기록> 3권, 424~5쪽, 박원순]

이러한 ‘수사 방법’이 아무런 바탕 없이 자연적으로 나타난 것이라 볼 수는 없다. 누군가를 보고 배웠을 것이다. 요즘 떠들썩한 30여 년 전 화성 사건 역시, 불법 체포와 가혹행위 혐의로 당시 담당 경찰관 7명, 담당 검사 1명이 입건되었다고 한다. 만약 그들이 당시 20대였다면 인제야 슬슬 정년퇴직을 할 나이다. 그 사이 그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가? 경찰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 훨씬 더 접촉이 잦을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다. 검사는 다 합쳐봐야 전국에 2천여 명에 불과하다. 검찰청의 수사관 등 직원을 포함하더라도 경찰청과 비교해서는 현저한 차이가 난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검경의 수사권 조정이라는 것이 일반 국민의 권익 신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일반 국민이 경찰서, 검찰청에 찾아갈 일은 보통 ‘잡범’사건, 검찰 사건의 약 80%를 차지하는 형사부 사건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소위 ‘잡범’들의 권익은 어떻게 신장되나. 알 수 없다.

위 토론문에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이렇게 발표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상호 견제할 수 있어야만 형사절차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 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사한 자의 유죄편향이 기소까지 무리하게 이어질 경우 당사자는 수 년 간의 재판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매장된다. 수사·기소 분리에 의한 기소의 객관성과 공정성 담보는 그 자체로 국민의 인권보장에 매우 중요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상호 견제하면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된다고 한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장되는가? 수사지휘의 폐지가 국민의 권익 신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크게 기여할 수 있나? 그리고 수사권과 기소권은 어떤 방식으로 상호 견제하는가? 수사와 기소가 본질적으로 정반대 성격을 가진 행위이던가? 그리고 직접 수사가 불가능한 검사의 수사지휘(보완수사요구가 되겠지만)라는 것이 가능하긴 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현재 경찰은 수사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경찰 수사발전을 저해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찰은 ‘어차피 검사가 결정하니까 송치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갖고, 검사는 ‘경찰이 그렇게 송치해서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갖는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이 해태될 수 있는 구조이다. 또한 경찰 수사결과의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아, 사건관계인인 국민 입장에서 민사소송·행정소송 등 법적 구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이 인정되면 수사의 개시·진행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국민에 대한 책임성(accountability)이 증대된다. 경찰 수사단계와 검사의 보완수사요구 등 단계의 책임이 명확히 구분된다. 따라서 경찰은 수사결과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부담하게 되므로 부실수사가 되지 않도록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관한 옹호 발언, 특히 불송치결정에 대한 부분도 이해하기 어렵다. 기관 차원의 ‘책임성’이 증대된다는 말과 개별 사법경찰관이 책임 있는 수사를 한다는 말은 완전히 다르다. 지금까지는 어차피 검사가 할 일이니 송치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만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일까? 지금까지도 못한 것을 어떻게 앞으로 잘할 수 있나?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한편, 불송치결정이 피의자에게 반드시 이익인지도 알 수 없다. 위 결정을 다툴 절차가 반드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별도로, 범죄피해자는 어떤 이익을 받을 수 있을까? 기존 고소 사건에서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있을 때 항고를 거쳐 재정신청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까지 다퉈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것도 이익인가?

이러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논의가 일반 국민과 어떠한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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