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의 포괄적 양도(매절 등)에 관한 생각

이 기사를 보고 들었던 생각을 정리해본다.

저작권법에 의하면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따라서 저작물은 단순한 생활용품 같은 것과는 다르다. 저작권은 크게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나뉘는데, ‘저작권의 양도’라는 말을 할 때의 저작권은 저작재산권을 말한다. 저작인격권은 일신에 전속되어 양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재산권을 특별한 제한 없이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45조(저작재산권의 양도)
①저작재산권은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할 수 있다.
②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제22조에 따른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프로그램의 경우 특약이 없는 한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한다. <개정 2009.4.22>

한편, 저작재산권의 양도와 이용허락은 다르다. 저작물 이용허락은 해당 계약에 따른 채권적 효력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저작재산권의 양도는 해당 저작재산권이 양수인에게 완전히 넘어가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양도된 저작재산권이 소멸해버리는 일도 생긴다.

저작권법
제49조(저작재산권의 소멸)
저작재산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소멸한다.
1. 저작재산권자가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에 그 권리가 「민법」 그 밖의 법률의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되는 경우
2. 저작재산권자인 법인 또는 단체가 해산되어 그 권리가 「민법」 그 밖의 법률의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되는 경우

예를 들어, 저작재산권의 양수인(개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 해당 저작재산권은 소멸하고 원저작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저작자와 저작물 사이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조금 의아하게 느껴지지만, 저작재산권 양도의 목적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대로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적인 것으로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 쉽게 말하면 해당 저작물이 어떤 저작자가 창작한 것이란 사실까지 지울 수는 없다. 하지만 해당 저작물에 대한 저작재산권이 전혀 남아 있지 않고 앞으로도 돌아오지 않을 상황에서, 저작자에게 저작인격권이 남아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작가가 설정, 캐릭터 등을 오랜 시간 가꾸어 만들어 낸 작품이 있다고 했을 때, 이에 대한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한다는 것은 생활용품을 사고파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 작품에는 작가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되어 있어, 저작자와 저작물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저작재산권의 양도란 어떻게 보면 저작자가 표현한 사상 또는 감정을 제3자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란 점에 특수한 면이 있다.

어쨌든, 좀 더 생각해보려는 지점은 바로 원저작물의 저작재산권과 함께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양도하는 것과 같이, 장래에 발생할 저작재산권까지 일괄하여 양도하는 경우이다. 2차적저작물은 “원저작물을 번역ㆍ편곡ㆍ변형ㆍ각색ㆍ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말하므로, 저작자가 원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할 당시에는 2차적저작물의 존부조차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작가가 소설을 쓰고 해당 작품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누군가에게 양도했다고 했을 때, 그 소설이 성공하여 연극이나 영화로 제작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원저작물의 저작재산권 양도 당시에는 알 수 없다. 즉, 이런 경우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양도는 장래 발생할 것인지도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양도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특정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저작재산권을 미리 양도한다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가능하다 하더라도 사정변경의 여지를 두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가? 저작자가 계약 당시 장래 발생할 저작재산권의 시장가격을 적절히 추산할 수 있을까? 원저작물의 성공을 위해 양수인이 자원을 따로 투자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성공에 따른 수익 중 얼마 만큼이 양수인이 정당하게 취할 수 있는 부분인가? 잘 모르겠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재산권을 전부 양도하는 경우라도 특약이 없는 한 2차적저작물작성권까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크게 힘이 있는 규정은 아니란 생각이다. 요즘은 부당한 내용의 계약서를 쓰는 것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저작자 입장에서 2차적저작물작성권까지 양도하는 특약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에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저작재산권의 양도가 당연하지 않은 곳도 있으며 저작재산권의 양도 또는 이용허락에 있어 몇 가지 제한을 두는 곳도 있다. 독일의 경우, 애초 저작재산권의 양도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래 창작과 미지의 이용 형식에 관한 저작권 이용허락 계약은 서면으로 해야만 효력이 있도록 하고, 저작권 계약에서 정한 보상이 공평하지 않으면 계약 조건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 서면 계약의 강제에 특별히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사후 계약 조건의 변경을 구할 수 있으므로 수익의 배분을 조절할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프랑스의 경우, 약간 제한적인 상황에서이긴 하지만, 저작물이 예상하지 못한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경우 저작자에게 계약상 보상 조건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작재산권을 일반 채권과 같이 볼 수는 없으나, 일단 “장래의 채권 양도”에 관한 판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채권’의 양도에 있어서는 몇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래의 채권도 양도 당시 기본적 채권관계가 어느 정도 확정되어 있어 그 권리의 특정이 가능하고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것임이 상당 정도 기대되는 경우에는 이를 양도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7932 판결, 대법원 1997. 7. 25. 선고 95다21624 판결 등 참조).

저작재산권을 일괄 양도한다고 할 때,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특정까지 가능할까? 일단 서면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다 명시하였다고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권리가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것까지 기대할 수 있을까? 그것은 어려울 것이라 본다. 원저작물의 성공조차도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양도이기 때문이다. 저작재산권이 한 번 양도되면 돌이키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소한 “장래의 채권 양도”에 준하는 정도의 제한은 필요하지 않을까?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개선을 시도했던 부분도 참고해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있는 것이다.

의안번호 2016777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 (노웅래의원 대표발의)
제46조의2(장래 저작물에 대한 계약)
① 아직 창작되지 않았거나 창작이 예정되어 있지 않은 저작물(저작물의 내용이 정해져 창작이 예정된 경우는 제외한다. 이하 “장래 저작물”이라 한다)에 대한 저작재산권의 포괄적 양도(장래 저작물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일괄적으로 양도하는 것을 말한다)나 저작물의 포괄적 이용허락(장래 저작물에 대한 모든 이용방법에 대한 이용허락을 말한다)은 무효로 한다. 다만, 저작자가 저작권을 신탁한 경우는 제외한다.
② 장래 저작물에 대한 양도 또는 이용허락에 관한 계약의 당사자는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서면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서면으로 통지를 받은 날부터 1개월이 지나면 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
계약 당시 몰랐거나 알 수 없었던 이용방법에 대한 이용허락을 한 저작자는 새로운 이용방법에 대한 수용 여부를 서면으로 통지받고 3개월 이내에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면 제2항의 해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저작재산권 양도 관행에 대한 규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점적 이용허락 계약을 원칙으로 하고 아주 예외적으로만 저작재산권 양도를 인정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중대한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 해지나 사후 계약 조건의 변경이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뭐가 되었든 충분한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 “창작 노동 보호를 위한 저작권법의 과제”, 남희섭(2018), 26~27페이지 참조


이 글을 쓰고 있던 중에 ‘구름빵’과 관련된 기사 하나가 더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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