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적성시험(LEET)에 관한 팁

제가 법학적성시험(LEET)을 치른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는데, 요즘도 시험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의가 들어오네요. 그래서 당시 학부생들 대상으로 특강 할 때 만들었던 자료를 훑어보니, 특별한 내용은 없어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부분도 있을 것 같아 조금 편집하여 올려보려고 합니다. 10여 년 전 자료이기 때문에 요즘 출제 경향까지 반영한 것은 아니니 일종의 팁으로만 읽어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1. 언어이해

언어이해 과목은 문제 풀이의 양에 비례해서 점수가 오르지는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문제를 찾아 정확하게 풀어보는 연습을 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기출 문제들(PSAT(언어논리), 과거M/D/PEET 등도 포함)을 풀 때에는 꼭 집중해서 풀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출 문제의 지문들이 물론 좋은 지문이긴 하지만, 문제 풀이를 할 때 문단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다 분석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를테면 이 문단의 주제는 무엇이고 주제문은 무엇이며 논증 구조는 어떻다는 식으로 자세히 분석하면서 풀어내려고 하지는 마세요. 시간 대비 효율이 무척 떨어집니다.

다만, 문제의 답은 반드시 지문 안에서 찾아내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언어이해 과목의 문제 유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찾아내기. 다른 하나는 찾아낸 것을 재료로 추론하기. 좋은 문제들은 지문 안에 답이 있거나 그 답을 추론할 수 있는 단서가 있습니다. 지문 안에서 답을 찾아내려고 했음에도 찾을 수가 없거나 해설을 읽었음에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는 좋은 문제가 아닙니다.

학원 강사들이 직접 만든 문제는 이런 의미에서 검증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이 시험을 준비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그런 문제들도 풀어보긴 했지만 지금은 기출 문제들이 무척 많이 쌓여 있으니 기출 위주로 공부하여도 될 것입니다. 학원 강사보다는 좋은 문제를 풀어보는 연습을 많이 한 자기 자신을 믿으세요. 완전히 꼬인 문제는 시험에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설령 나온다고 해도, 그 문제는 버리고 다른 문제부터 잘 풀어내면 그만입니다.

시간을 배분하는 연습은 철저히 하여야 합니다. 문제 풀이에 주어진 시간을 최대로 잡으면 언어이해 과목의 경우 문제당 약 2분, 추리논증 과목의 경우 문제당 약 3분 정도입니다. 특히, 추리논증 과목에서 ‘논증’ 유형의 문제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풀어야 ‘추리’문제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스톱워치 기능이 있는 시계를 두고 연습하세요. 문제에 투자하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익혀야 합니다.

전업 수험 생활이 어렵다는 가정 하에, 시간 배분 연습 용으로는 PSAT 기출 문제가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지문 하나 당 문제 하나라는 것이 자투리 시간 활용 면에서 꽤 매력적이었습니다. 만약 저처럼 PSAT 기출 문제로 연습하려는 분이 계신다면, 가급적 몇 년 전의 것을 중고로 구해서 풀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언어이해 시험의 기출 문제(최종 연습용)에 먼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10 문제 정도씩 묶어서(20분) 풀어본 다음 해설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식으로 연습하게 되면 해설을 확인하는 시간까지 10분을 더해 한 번에 30분 정도만 투자해도 충분히 의미 있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평소 연습은 PSAT 문제집으로 하고, 주말에는 실제 시험 일정과 동일하게 기출문제(모의고사도 괜찮겠지요) 한 회씩을 풀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많이 푸는 것보다는 좋은 문제를 정확하게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추리논증

추리 + 논증에 대한 시험이라는 것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따라서 특정 유형의 문제들은 언어이해 과목 연습으로도 상당 부분 해결됩니다. 이때 이런 문제들은 못해도 2분 내에 풀어야 합니다. 대체로 추리 문제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추리 문제는 기출 문제를 포함해서 많이 풀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저 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유형과 그에 맞는 풀이방법에 익숙해지는 것이 왕도라면 왕도입니다. 저 역시 추리논증 과목의 기출문제를 따로 남겨두지는 않았고, 구할 수 있는 문제는 열심히 풀어보려고 했습니다.

특이한 것으로 ‘논리게임’ 문제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2~3분 이상 문제에 투자했는데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일단 그냥 지나가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3. 논술

논술의 경우 앞의 두 과목보다는 다소 비중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시험 보기 약 한 달 전까지, 평소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써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글을 써보지 않은 사람이 논술 시험장에 가서 갑자기 잘 쓰게 되는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연습할 때 너무 부담스러운 분량의 글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한 번에 300-400자 정도는 써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시험 문제에서 요구하는 바에 따라 평소 쓰던 분량의 두 배, 세 배 정도로 감을 잡고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컨디션 관리

이 부분은 대범하고 큰 시험에 강한 분들께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긴장을 많이 하거나 민감한 분에게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서 수면 시간과, 식단, 가능하면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관리해 두려고 했습니다.

먼저 수면 시간. 몇 시간을 자야 다음 날 아침에 졸리지 않는지 알아야 합니다. 혹시 아침 잠이 많다면, 늦어도 시험 한 달 전부터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다음으로 시험 당일에 먹을 식단을 미리 구상해 보고 시험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제 경우를 예로 들면 아침에 삼각김밥 하나와 캔커피를 한 캔 마시면 1교시 언어이해 지문을 읽고 푸는 데 지장이 없었습니다. 1교시 이후에는 초코바 같은 것으로 때우고 2교시를 마친 후 점심을 먹었습니다.

기껏 시험용 식단을 정해놓고 시험 당일 긴장된 마음에 약간 변경하는 경우가 있는데 웬만하면 바꾸지 않기를 권합니다. 경험에 근거한 조언입니다. 제가 있던 시험장에서 매 교시마다 화장실을 들락거린 사람은 제가 유일했습니다. 일 분 일 초가 아까운 시험에 이런 일이 없도록 잘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5. 기타 질문들에 대한 답

가. 언제부터 문제를 풀기 시작해야 하나? 그리고 그 양은?

개인차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평소 책을 읽는 데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했고, 시험 보기 약 1달 반~2달 전부터 문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언어이해의 경우 소위 기본서라고 불리는 책 1권, 모의고사 0.7권, M/DEET 기출문제 1권을 풀었던 것 같고, 추리논증의 경우 기본서 1권, 기출문제 1권, 모의고사 2-3권 정도를 풀었던 것 같습니다. 실전 모의고사라고 해서 시험지와 동일한 크기의 문제집도 1권 풀었습니다. 3회 분이 있더군요.

나. 학원은? 동영상 강의는?

다니지 않아서 모릅니다. 강의도 들어보지 않았습니다.

다. 나는 글 읽는 속도가 느린데, 속독이 필요한가?

속독이 가능한 글이 있고, 불가능한 글이 있습니다. 눈을 빨리 굴린다고 이해가 되지 않던 글이 갑자기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정한 속도로 계속 읽어나가되 지문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빨리 읽고 빨리 풀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생각보다는 넉넉하며, 일단 최대한 빨리 풀고 나중에 오답을 잡아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지문이 길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돌아와 읽는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을 깨닫고는 지문 당 주어진 시간(언어 이해의 경우 약 6분)을 최대한 활용해서 정확하게 풀어내려고 했습니다.

라. 문제를 먼저 보고 지문을 보는가, 지문을 먼저 보고 문제를 푸는가?

개인차가 있겠지요. 문제를 먼저 보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자신 있는 분야의 지문이 나왔을 경우, 문제와 답안만 보더라도 대충 답안을 소거 시킬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중 옳은 것을 고르시오’ 같은 문제들은 괜히 먼저 읽었다가 더 헷갈리는 수가 있으니, 상황에 맞춰 연습을 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 책을 많이 읽어야 되는지?

물론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으나 양에 치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시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특정 분야의 지문에 지나치게 약하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관련 책을 좀 읽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바. 특정 분야의 문외한들이 읽을 만한 책

(10여 년 전에 추천했던 책의 목록 그대로입니다. 지금은 더 나은 선택지가 있겠지요.)
철학 : 철학과 굴뚝청소부(이진경),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1, 2권
과학 :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지상 최대의 쇼(리처드 도킨스), 빅뱅우주론 강의(이석영)
경제 : 죽은 경제학자들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경제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가
기타 : 처음 읽는 진화심리학, 지식인 마을 시리즈

교양 수준이므로 수준에 따라 찾아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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