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인권식당

류은숙 선생의 책은 곧잘 찾아 읽는 편이었는데, 정신없이 살다보니 이렇게 놓치는 책이 있습니다. 물론 변명이지만요. 이 책은 저자가 운영했던 “술방”에서 있었던 일, 술방을 운영하며 겪었던 일들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술방이라고 하니 시시한 이야기들만 있을 것 같지만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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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

나디아 불랑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합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스승이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듣고 알고 있었지만요. 하지만 책 말미의 수많은 헌사들. 나디아 불랑제가 대단한 스승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잘 알려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부당하다 느끼지만, 그 이유는 속으로만 짐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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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소위 ‘수용소 문학’이라 불리는 것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묶어 한 차원 높은 곳에서 분석한 책은 쉽게 찾기 어렵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이 책에서 테렌스 데 프레는 수용소를 주제로 한 문학, 생존자들의 증언 등을 분석하고, 생존자의 속성이라 부를 만한 것을 찾아내어 생존자들의 존엄을 되찾아 주려고 한 것입니다. 계속 읽기

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의 이 책은 이미지를 읽는 방법에 대한 것이지만, 아무 준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해도 충분히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문장이 좋고 잘 읽힐 뿐만 아니라(번역본을 읽은 것이니 문장이 좋다는 말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애초에 좋은 문장이어야 좋은 번역문이 나온다고 믿습니다), 배경지식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BBC TV 강의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하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강의를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강의록이라는 것이 강의를 할 때에는 그럴싸해 보여도 정말 괜찮은 글이 되기는 힘들다는 것을요. 계속 읽기

강간은 강간이다

이 책은 조용히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매대에서 내려갔습니다. 부당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근래 읽었던 책 중 이 정도로 중요하다 느낀 책은 많지 않았습니다. 강간 등 성범죄 대다수는 친고죄였습니다. 비친고죄로 바뀐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저는 진작 비친고죄가 되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친고죄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경과하면 고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친고죄의 고소를 취하하면 가해자는 벌을 받지 않습니다.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면 범죄를 줄이는 데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이견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고소를 취하하거나 합의해도 기소유예 되거나 양형요소가 될 뿐입니다. 만약 ‘죄를 지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처벌이 따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계속 읽기

면역에 관하여

무척 좋아하는 책입니다. 면역에 관하여.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보니 “과학” 분야의 책으로 분류가 되어 있는데, 실은 이러한 분야를 넘나드는 훌륭한 에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에세이라는 말을 저는 제 마음대로, 약간 한정적으로 쓰고 있습니다(건방지지만요). 이를테면 저는 피천득 선생의 수필을 에세이라 부르지는 않습니다. 기존 표현에서 굳이 찾아보자면 중수필 정도가 비슷한 뜻일 것 같긴 한데, 딱 들어맞는 느낌은 아닙니다. 어쨌든 이 책은 제 기준에서 에세이입니다.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은 제가 말하려고 하는 에세이란 것이 대략 어떤 것인지 알아차리시겠죠. 계속 읽기

어둠 속의 희망

이 책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저자가 보여준 ‘희망’에 대한 근거 있는 믿음에 반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둠 속의 희망”이란 표제는 이 책 전반을 요약해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얼마 전 이 책의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제가 여기서 기록한 쪽수는 초판 기준입니다. 개정판에 꽤 많은 부분이 추가되었다고 하는데, 아직 대조하여 확인하지는 못했네요. 계속 읽기